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공보국장을 지낸 앤서니 스카라무치가 “공화당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를 뽑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카라무치는 11일(현지시간)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행동을 개혁하지 않느다면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2020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자 교체’라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캠프를 비롯한 공화당 후보들에게 수십만달러를 후원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내년 대선에서 다른 공화당 후보를 돕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스카라무치는 HBO의 인기 드라마 ‘체르노빌’을 인용해 트럼프 재임 시절의 미국을 ‘녹고 있는 핵 원자로’로 묘사했다. 그는 “현재 우리는 체르노빌의 전반부 에피소드와 유사한 상황에 들어섰다”며 “(미국의 현 상황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원자로가 녹기 시작하고 소련 공산당 관료들은 이를 은폐할지 아니면 정화작업을 실시할지 고민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식의 모습이 2~3주 가량 이어지고, 당보다 국가를 더 우위에 두는 분위기가 고착화될 경우 공화당원들은 2020년 미국 대선 후보를 교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카라무치는 다만 “지금은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도 계속 이런다면 오히려 교체를 말하지 않는 게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0년 미국 대선이 끝나버린 후에는 핵 오염 현장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스카라무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 내 ‘막장 암투’ 장본인으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7년 8월 백악관 권력 암투에서 승리하며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으나 결국 그 자신의 막말에 발목이 잡혀 백악관에서 쫓겨났다. 그의 백악관 재임 기간은 고작 11일에 불과했다.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은 스카라무치의 이날 발언에 대해 “그가 상처를 받은 상태인 것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백악관에서 밀려난 뒤 스카라무치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로 종종 내기도 했다. 그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 민주당 소속 유색인종·여성 초선 하원의원 4명을 공격했을 때 “트럼프가 나라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스카라무치의 11일짜리 백악관 경력을 콕 집어 그를 비꼬았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제대로 감당할 수 없는 자리를 맡았다가 11일만에 재빨리 해고된 스카라무치는 이제 TV만 시청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며 “다른 많은 TV 전문가들마냥 그는 ‘대통령 트럼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