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2일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 배치된다고 주장하는 일본의 입장을 미국이 지지하고 있다는 마이니치신문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한·미 안보실은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측에 확인했는데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이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뒤 원고 측은 미국 소재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를 신청할 것에 대비한 협의를 미 국무부와 진행했다. 일본 측은 이 과정에서 미국에서 소송이 제기될 경우 미 국무부가 ‘소송은 무효’라는 의견서를 미국 법원에 내주도록 요청했다. 마이니치는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가 지난해 말 이전 시점에 일본 주장을 지지하는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예외를 인정하면 협정의 기초가 되는 1951년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전쟁 청구권 포기 원칙이 흔들릴 것으로 우려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마이니치는 미·일 양국은 지난 7월 고위급 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일본의 법적 입장을 확인한 데 이어 이번달 초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때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을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관련 내용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 측 논리를 두둔하는 입장에 선 것은 한국 대법원 판결 영향으로 옛 포로 피해자들이 다시 배상 청구 소송에 나서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게 마이니치의 분석이다.
청와대는 아울러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우리 군의 안보력이 우려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북한에 비해 우리의 방위능력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현재 북한에서 실험하는 정도의 무기는 우리도 다 갖추고 있다. 오히려 그보다 몇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며 “아무런 방어나 요격능력이 없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이 현재 운용 중인 패트리어트 체계 중심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대응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북한과의 대화 국면과 별개로 군의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국방비 예산증액을 예로 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국방비가 46조원인데 정부 출범 시 국방 예산은 40조원이었다. 8.2%가 늘었다”며 “박근혜정부 당시 국방비 증가율은 평균 4.1%였고 이명박 정부 때는 5.2%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방비 가운데 방위력 개선비 비중이 32.9%다. 방위사업청이 2006년 문을 열었는 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군 관련 일정을 주재하며 “힘으로 지키는 평화가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말이 가진 함의를 잊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며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기에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훈련을 통해 우리의 방위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또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의 ‘막말’에 대해서는 “결국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면 실무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서 권 국장은 지난 11일 담화문을 내고 “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하여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권 국장은 “남측이 전쟁연습을 하면서 되려 뻔뻔스러운 행태를 보인다”며 “그렇게도 안보를 잘 챙기는 청와대이니 새벽잠을 제대로 자기는 코집(콧집의 북한식 표현)이 글렀다”며 추가 무력시위 가능성도 시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담화문이 말하고자 하는 진의가 무엇인지 보는게 중요할 것 같다”며 “북한의 담화문이 통상 우리 정부가 내고 있는 담화문과는 결이 다르고 쓰는 언어가 다름은 대부분 사람이 인지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