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내년 1월부터 매월 20만원씩 ‘독립유공 생활지원수당’을 지급한다. 또 학업이 우수한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학비 걱정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독립유공장학금’을 신설해 1인당 300만원씩 지원한다.
서울시는 12일 이같은 내용의 독립유공자 후손 예우 및 지원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시는 2022년까지 731억원을 투입해 생활안정 지원, 명예와 자긍심 고취, 예우강화 등 3대 분야 10개 과제를 추진한다.
독립유공자는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말한다.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에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해 일제에 항거한 자와 그 항거로 인해 순국한 사람을 말한다.
국가보훈처 기준에 따르면 전체 독립유공자는 총 1만5454명이며,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은 1만7000여 명(3대손까지)으로 추산된다. 현재 서울 거주 생존 독립유공자는 애국지사 10명으로, 평균연령은 95세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독립유공자 및 후손들의 생활 수준은 10명 중 7명(74.2%)이 월 소득 200만 원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독립운동에 힘쓰느라 가계가 어려워져 명예와 자부심 대신 경제적 어려움을 물려받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교육 기회도 가로막아 독립유공자 본인은 교육수준이 높지만(고졸 이상 57%) 세대가 지나면서 교육수준이 낮아지는 게 현실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 제1기 보훈종합계획을 통해 독립유공자 지원을 위한 법적근거를 지자체 최초로 마련하고 당초 1종(참전명예수당)이었던 보훈수당을 4개로 확대했다. 또 임대주택 공급, 의료비 전액 지원 등을 새롭게 시작하며 국가유공자의 생활안정 지원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2018년 발표한 제2기 보훈종합계획에서는 4대 보훈수당을 100% 인상하고 임대주택 공급물량도 2배 이상 확대했다.
이번에는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내년 1월부터 저소득 독립유공자 후손 약 3300여 가구에 월 20만원씩 지급하는 ‘독립유공 생활지원수당’을 신설했다.
현재 독립유공자 본인에 대한 서울시 보훈수당인 보훈명예수당(월 20만원)에 이어 저소득 후손에 대한 수당을 새롭게 만든 것이다.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및 기준 중위소득 70% 이하인 가구이며 약 3300여 가구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시는 추산하고 있다.
또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 특별공급’을 확대해 2020년부터 입주예정인 고덕강일, 위례 지구 건설물량의 5%인 178호(고덕강일 151, 위례 27)를 추가 공급한다.
독립유공자와 유족(선순위자 1인) 1900여명에게는 월 10㎥의 상·하수도 요금과 서울시내 공영주차장 주차료 80% 감면도 새롭게 추진한다.
현재 독립유공자와 후손은 서울시 산하 공원‧미술‧박물관 입장료(무료), 세종문화회관 관람료(50%), 캠핑장(30%), 자유시민대학(무료) 등을 이용할 때 요금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독립유공자 4~5대손 대학생(서울 거주)을 대상으로 한 ‘독립유공장학금’을 신설해 내년 3월부터 서울장학재단을 통해 연간 100명에게 1인당 300만원씩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현재 서울시립대학교에서 독립유공자 5대손까지 학부 수업료를 전액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5명이 장학금 수혜를 받았다. 법률은 보상을 받는 독립유공자 후손을 3대로 제한하고 있으나 서울시는 시립대 학비면제 등 수혜대상을 4~5대 후손 청년층으로 확대했다.
또 한강공원 매점, 지하철 승강장 매점 등 서울시 공공시설 운영사업자 선정 시 독립유공자 후손 등을 우선대상으로 수의계약을 추진해 이들의 안정적인 생계유지를 지원한다. 시는 앞서 지난 4월 여의도 한강공원 내 매점 2곳을 독립유공자 후손과 수의계약을 체결, 현재 운영 중에 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명예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장학금, 위문금 등의 예우를 확대‧강화하고 4~5대손 후손을 위한 맞춤형 취‧창업 지원, 후손들이 참여하는 ‘해외독립운동 뿌리 찾기’ 사업도 각각 새롭게 시작한다.
독립유공자 본인 또는 유족에게 시가 연 2회(3.1절, 광복절) 지급하는 ‘독립유공자 위문금’ 지급대상을 당초 선순위자 1인에서 직계유족 전체(국가보훈처 등록 기준)로 확대해 이번 광복절부터 확대 지급을 시작한다.
상해임시정부, 만주, 미국 등 항일독립운동이 전개됐던 해외 사적지를 후손들이 방문해 선조들의 독립정신을 느껴보고 후손으로서 자부심을 고취할 수 있도록 ‘해외독립운동 뿌리찾기’ 사업도 시작한다. 독립유공자 후손(일반인, 대학생, 청소년 등 5대까지) 50명(연간)을 선발해 지원한다.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한 취‧창업 지원대책도 마련했다. 우선 창업 특별자금 지원으로, 영세 소상공인 독립유공자 후손이 경영 안정에 필요한 자금을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육성자금 내 긴급자영업자금’ 대상에 추가한다. 또 맞춤형 취업 지원으로, 독립유공자와 유족 단체인 ‘광복회 서울시지부’에서 취업 지원을 희망하는 청년 구직자를 모집하면 시 취업지원기관으로 연계해 취업특강, 1:1 상담, 이력서 사진 촬영, 멘토링 같은 다양한 취업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오는 2024년까지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조성할 예정인 효창독립 100년 공원 내에 독립운동가 1만5454명의 ‘기억공간’을 조성하고,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이 담긴 역사현장을 새롭게 발굴해 바닥동판 설치를 추진한다.
또 현재 시가 광복회를 통해 위탁 운영 중인 ‘시민대상 역사강좌’를 확대하고, 어린이‧청소년 등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지속 개발한다. 시‧자치구 공무원 대상으로는 애국지사, 독립운동가 후손이 들려주는 독립운동 역사 및 인생강의 등 인문소양강좌 특강을 개설해 독립운동의 생생한 경험, 후손의 삶의 애환 등에 대해 경청하고 공유하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광복 74주년을 맞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이 선조들의 명예로운 정신을 이어받으면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자 한다”며 “서울시는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독립유공자와 후손을 예우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
서울시, 내년부터 독립유공자 생활지원수당 지원…독립유공장학금도 신설
입력 2019-08-12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