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복무 서약’ 어긴 해경 항공조종사…“교육비 반환 의무 無”

입력 2019-08-12 06:00
서울행정법원

해양경찰청(해경) 항공기 조종사로서 10년 이상 근무하기로 서약한 경찰 공무원이 중도에 사직하더라도 교육비를 국가에 반환할 의무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외부 위탁교육자의 경우 장기복무 의무를 강제하는 근거 법령이 없는 이상 개인의 직업선택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대한민국이 해경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했던 경찰공무원 A씨에게 조종사 양성비용으로 소요된 1억1890만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12일 밝혔다.

2009년 해경 경위로 임용된 A씨는 2011년 11월~2013년 9월 한국항공대학교에서 조종사 위탁 교육을 받고 항공기 조종사 면허를 얻었다. 그는 2013년 10월~2017년 10월 약 4년 1개월 동안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했고, 지난해 1월 해경에 의원면직을 신청했다. 애초 조종사로 10년 이상 근무하고 그 전에 중단할 경우 조종사 양성비용 일체를 반납한다고 서약했지만 이를 어기게 된 것이었다. 이에 해경은 A씨는 국가와 맺은 ‘공법상 계약’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법, 경찰공무원 교육훈련규정에 A씨처럼 외부 위탁교육을 받은 경우의 소요경비 상환 등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대신 적용되는 공무원인재개발법에 따르면 6개월 이상 국내훈련을 받은 공무원은 ‘훈련 기간과 같은 기간’ 동안 복무 의무가 부과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훈련 기간 1년 11개월을 2배 이상 초과한 4년 1개월간 복무했으므로 복무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원고 대한민국은 공익 실현을 위해 거액의 국가 예산이 투입됐으므로 장기복무 의무를 부과하는 게 적법하다고 주장하지만,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구체적인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기복무 의무를 부여하는 별도 근거 법령이 없다면 개인의 직업선택 자유를 상당히 제한하는 서약 내용을 적법하다고 인정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