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내정된 최기영(사진) 후보자가 지난해 여름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 달아주기’ 선행의 주인공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과기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최 후보자와 부인인 백은옥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자신들이 사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 ‘○동 ○호 라인 이웃 여러분 안녕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붙였다. 최 후보자 부부는 “경비 아저씨들이 이 더위에 어떻게 견디시나 늘 마음 한편이 무겁다”며 “경비실에 냉방기를 설치한다면 각 가정에서 경비실 전기 사용료를 나눠서 낼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부부는 “가구당 한 달에 2000원 내외의 전기 요금이면 충분하고 그것도 한 두 달만 내면 되니 커피 한 잔 값으로 경비 아저씨들이 시원하게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일주일 동안 ‘찬성한다’는 포스트잇 24개가 엘리베이터 벽에 붙었다. 해당 라인 30세대 중 24대가 찬성한 것이다. 최 후보자 부부가 에어컨과 설치 비용을 부담했고, 전기요금은 부부의 제안대로 주민들이 나눠서 내기로 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도 선행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자비로 경비실 초소 등 2곳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부부의 선행은 언론 보도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 다른 아파트에서도 경비실 에어컨이 설치되는 파급효과를 냈다. 최 후보자 부부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선행으로 주목받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사진 촬영도 거절했다고 한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인 최 후보자는 국내 대표적인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반도체공학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에서는 사람의 뇌를 닮은 AI 반도체 개발 연구를 하는 뉴럴프로세싱연구센터(NPRC) 센터장으로 활동해왔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 강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발탁됐다는 평가다. 그는 후보자 지명 직후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R&D 혁신 등 근본적 대응방안을 마련해 지금의 어려움을 국가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