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줄곧 강조해 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은 무사히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장관 지명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조 후보자는 검찰 개혁을 또다시 언급했다. 공수처법 논의를 위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은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9일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 후보자는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는 일성을 내놨다. 조 후보자와 공수처법은 민정수석 시절부터 한 단어처럼 여겨졌다. 그의 페이스북에서는 “(공수처법은) 정치적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의 불가역적 변화를 위해서는 법률적 차원의 개혁이 필요하다. 국민 여러분이 도와달라” “권력기관이 정파적 이익에 복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공의(公義)’다. 정파를 넘은 협력이 필요하다” 등 공수처 도입을 강조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조 후보자의 염원대로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 이후 공수처법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2개의 안으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이상 사개특위는 공수처법을 10월 28일까지 심사해야 한다. 이 시기 안에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공수처법은 자동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다. 법사위에서는 90일 동안 심사 기간이 주어지고, 이마저 심사가 제때 마무리되지 않으면 공수처법은 내년 1월 27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이 모든 절차를 전부 거치면 내년 3월 27일 이후에야 본회의 표결을 할 수 있다.
공수처법을 심사해야 하는 사개특위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맞물려 소위원장 선임 등 법안과 관련 없는 내홍으로 공전 중이다. 오는 31일로 활동 기간이 연장됐지만, 이 기간 내에 특위 내에서 법안 심사를 제대로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사개특위 위원장으로 선임된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당은 공수처 설치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시행해 보지도 않고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며 “특히 공수처는 현재 검찰의 수사 행태를 보았을 때 이미 권력을 가진 청와대에 또 다른 칼을 쥐여주는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 폐기를 포함한 상당한 폭의 조정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결국 공수처법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에서 논의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법사위에 자동 회부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법사위가 소관 상임위만큼 법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긴 어렵기 때문에 여야 합의가 없으면 본회의에 올라가더라도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6월 25일 법사위에 회부된 유치원 3법은 한 번도 전체회의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 유치원 3법의 법사위 심사 기간은 다음 달 23일까지로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여야 합의를 중재해 온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양쪽 입장이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야가 원점에서 논의의 틀을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