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공정 선거를 촉구하는 시위가 4주째 이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철권통치와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에 따른 생활고로 국민적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 외신들은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에 시민 수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시위 참여자 수를 집계하는 ‘화이트 카운터’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는 약 6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2만명으로 추산했다.
시위대는 ‘투표권을 달라’ ‘거짓말에 질렸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차르를 타도하라”는 구호도 나왔다. 체포된 야권 지도자들의 사진을 든 시위 참여자도 눈에 띄었다.
러시아 야권 지지자들은 선거 당국이 다음 달 8일 열리는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 유력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을 거부한 데 반발하며 지난달 20일부터 주말마다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첫 시위에는 경찰 추산 1만2000명이 참여했다. 당국이 집회 허가를 내주지 않아 불법 집회로 규정됐던 2차, 3차 시위에도 각각 3500명과 1500명이 참여했다.
시 당국은 이날 제한된 구역에서만 시위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줬다. 허가 구역을 벗어날 경우를 대비해 경찰관들이 진압복을 착용하고 시위대를 포위했다. 민간단체 ‘OVD-인포’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146명이 연행됐다고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시위가 벌어져 86명이 연행됐다.
이번 시위는 2011년 부정 선거 의혹으로 러시아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이래 최대 규모다. 러시아의 유명 연예인들이 시위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참여율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의 인기 래퍼인 ‘옥시미론’은 당국에 체포된 대학생 예고르 주코프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집회에 나왔다. 다른 유명 래퍼 ‘페이스’도 무대에 나와 “선택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공연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모스크바 선거 당국은 시장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후보들이 제출한 후보 추천인 서명이 허위이거나 사망자의 것으로 드러났다며 후보 등록을 거부해 야권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푸틴 대통령의 ‘대항마’로 꼽히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리는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시위를 주도했다가 체포돼 30일 구류 처분을 받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