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에이태킴스 발사?…北 ‘킬체인 무력화’ 무기개발 나선 듯

입력 2019-08-11 16:34
북한 관영매체에 11일 보도된 미사일 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전날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2발의 발사체는 미국의 전술 지대지 미사일인 에이태킴스(ATACMS)와 비슷한 무기체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신형 대구경조정방사포 시험발사에 이어 신형 전술 지대지 미사일 개발을 통해 북한이 재래식 무기를 현대화하는 무력증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발사지점을 선제타격한다는 개념으로 구축 중인 우리 군의 킬체인(Kill Chain) 작전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한 전력 개발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전날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쏜 미사일 2발은 오전 5시34분쯤, 5시50분쯤 한·미 군 당국에 포착됐다. 북한이 11일 관영매체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미사일은 2개의 사각 형태 발사관을 탑재한 궤도형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화염을 뿜으며 발사됐다. 시험발사를 지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또 하나의 새로운 무기가 나오게 되었다고 못내 기뻐하며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북한 관영매체에 11일 보도된 미사일 발사 장면. 사각 형태의 발사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화염을 뿜으며 솟구쳐 올라가고 있다. 연합뉴스

발사되는 장면은 에이태킴스와 유사했지만, 발사체 모양과 비행 특성은 달랐다. 에이태킴스는 직경 600㎜ 발사체를 속도 마하 3에 300㎞까지 쏠 수 있으며, 수류탄과 비슷한 위력의 자탄(子彈) 950여개를 탑재하고 있다. 한 번 발사로 축구장 3~4개 규모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 크기는 이보다 커보였으며 비행 속도 역시 에이태킴스보다 배 빠른 마하 6.1 이상으로 식별됐다. 우리 군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 2발의 정점 고도는 약 48㎞, 비행거리는 400여㎞였다”며 “에이태킴스와 비행 특성이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북한판 에이태킴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미사일이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파괴하기 위한 것인지, 주요 시설이나 진지를 때리기 위한 것인지 등 개발 목표는 드러나지 않았다. 북한은 경북 성주의 사드(THAAD) 기지 등 특정 타깃을 염두에 두고 우리 군에서 현재 개발 중인 전술 지대지 미사일(KTSSM)과 비슷한 성능의 미사일을 개발했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지형조건과 주체전법의 요구에 맞게 개발된 새 무기가 기존의 무기체계들과는 또 다른 우월한 전술적 특성을 가진 무기체계”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시험발사를 지도하며 리병철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오른쪽) 등과 대화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5월부터 단거리 발사체를 잇달아 쏘아올리고 있다. 99일 동안 7차례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가 이뤄졌다. 이들 미사일은 액체연료를 쓰는 스커드 계열 미사일에 비해 별도의 연료주입 시간이 필요 없어 사전탐지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데다 저고도에 빠른 속도로 비행해 요격하기도 어렵다. 앞서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강력한 자위적 국방력’을 거론하며 “국방공업의 주체화, 현대화”를 강조한 바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발사시간 단축과 발사 원점의 다양화로 한·미 정보자산의 탐지 및 선제타격을 어렵게 하면서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비슷한 비행 특성을 가진 발사체를 번갈아 쏘면서 한·미 정보당국의 탐지 능력을 파악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최근 쐈다는 신형 방사포와 탄도미사일들은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며 “북한은 일부러 분간하기 어려운 미사일을 쏘며 남측에 위협적인 메시지를 던지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