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다툼에 치인 ‘원화’ 한 달 새 -5% 폭락…원·달러 환율 ‘1250원’ 돌파하나

입력 2019-08-11 15:43 수정 2019-08-11 15:48

국내 금융시장을 흔드는 불안 요인 1순위로 ‘원화’가 거론되고 있다. 미·중 환율전쟁 풍랑에 휘말리며 원화 가치는 한 달 새 5% 넘게 떨어졌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달 안에 달러당 1250원까지 환율이 치솟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7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 가치는 지난 7일 기준으로 전월 대비 5.0% 내려갔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1154.7원에서 1214.9원으로 60.2원 올랐다. 10개 신흥국(한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러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가운데 원화 하락폭은 세 번째로 컸다. 달러화 대비 가치가 원화보다 크게 떨어진 화폐는 아르헨티나 페소화(-6.6%)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6.3%) 정도였다.

원화 가치를 뒤흔든 건 중국의 ‘포치(破七·달러당 7위안 이상 고시)’ 선언 여파다. 중국 위안화 움직임을 원화가 따라가는 추세가 더욱 심해진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우려가 원화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원화는 왜 위안화 환율을 따라갈까. 가장 먼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이라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3.6%에 달한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자들 관점에서 한국은 중국과 더불어 신흥국 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6일 보고서에서 “한국과 더불어 아시아태평양 신흥·개발도상국의 통화가 ‘위안화 블록’에 포함됐다”며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면 이들 통화 가치도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신흥국에 대한 우려로 중국 증시에 자금을 빼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늘어날 경우 한국 증시에서도 자연스럽게 외국인 매도가 나타나게 된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은 미·중 무역분쟁과 더불어 ‘위안화 추가 절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더 내릴 경우 미·중 환율전쟁의 총성이 재차 울릴 수 있다. 이 경우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외국인 자금 이탈로 증시 하락 장세가 재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국과 무역합의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엄포를 놓은 바 있다.

다만 미·중 양측이 확전을 자제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정책국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CNBC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추려고 할 경우 그에 맞서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면서도 “무역협상을 위해 중국 협상단을 미국으로 데려와 회담을 여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