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인 ‘2019 인천 펜타포드 락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한 일본 밴드가 욱일기가 연상되는 영상을 튼 사실이 알려져 한국 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일본 밴드 ‘코넬리우스’다. 코넬리우스는 펜타포드 락페 이틀째인 10일 토요일 공연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랐다. 헤드라이너는 간판 출연자를 뜻하는 말로, 출연자들이 정해진 순서대로 무대에 오르는 락페에서는 가장 마지막에 공연하는 아티스트다. 다음 무대에 대한 시간적 압박이 없어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노래할 수 있다. 이날 코넬리우스에게 주어진 공연 시간은 1시간10분으로 같은 날 공연한 팀 중 가장 많았다.
오후 10시부터 무대를 채운 코넬리우스는 음악과 함께 미리 준비해온 영상을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 띄웠다. 문제의 영상은 공연 초반 오프닝 영상으로 등장했다. 깃발로 보이는 직사각형이 화면을 가득 채웠고 그 안에는 욱일기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중심부에 하얀색 원이 자리했고 이를 빙 돌며 붉은색과 하얀색 물결이 번갈아 뻗어 나갔다. 깃발이 펄럭이는 형상의 이 영상은 몇 초간 노출됐다.
현장에 있던 팬들은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을 유튜브와 SNS 등에 게시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특정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누가 봐도 욱일기가 맞다. 한국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분노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코넬리우스 측은 “해당 영상에서 욱일기가 연상된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60년대 미국의 한 교육영화를 팝아트적인 영상으로 샘플링 한 것”이라며 “이 샘플링을 통해 욱일기를 연상시킬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상 속 이미지는) 욱일기가 아니며 정치적 의도도 전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코넬리우스의 해명에도 네티즌들의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펜타포드 락페가 민간이 아닌 인천광역시와 인천관광공사가 주최·주관한 행사라는 것도 논란점이다. 리허설 등 공연 전 무대와 영상을 점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또 최근 심화된 한·일 갈등에도 불구하고 일본 밴드를 헤드라이너로 고집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코넬리우스는 일본 싱어송라이터 오야마다 케이고가 만든 솔로 프로젝트 그룹이다. 1990년대 일본을 풍미했고 블러, 스팅, 비스티 보이즈 등 세계 정상급 뮤지션들과 협업해 유럽과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