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이 바둑의 고향임을 알리기 위해 ‘황금바둑판’을 만들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상징물을 황금으로 제작하는 것은 전남 함평군의 ‘황금박쥐’에 이어 두 번째다. 시민들은 이런 식이라면 지자체들이 ‘황금고추’ ‘황금전복’ 등도 만들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1일 신안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6월 3일부터 22일간 ‘황금 바둑판 조성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입법 예고를 마친 조례안은 조례규칙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다음달 군의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조례안에 따르면 신안군은 가로 42cm, 세로 45cm, 두께 5㎝의 황금 바둑판을 만들기 위해 해마다 63㎏씩 3년간 총 189㎏의 순금을 사들일 예정이다. 2022년 12월말까지 순금 189㎏을 매입하려면 이날 금 시세 기준 110억여원의 기금이 필요하다.
신안군은 “이세돌을 배출한 신안군을 바둑의 고장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황금 바둑판 조성에 나선 것”이라며 “기금 조성에는 군비를 투여할지, 국비를 지원받을지 미정”이라고 밝혔다.
황금 바둑판은 앞으로 신안군에서 개최될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 등 각종 바둑대회에서 전시될 예정이고, 평상시에는 수장고에 보관한다.
그러나 어려운 지자체 재정 상황에 비춰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올해 기준으로 전남 22개 시·군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5.7%, 17개 군단위 자립도는 15.2%이며 신안군은 최하위인 8.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군의회의 조례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 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소요 예산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신안군 측은 “함평군의 황금박쥐와 같이 황금 바둑판을 만든 순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재산 가치로 남아 투자 개념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며 “금값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홍보 효과까지 톡톡히 누릴 수 있는 사업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함평군은 한반도에서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던 황금박쥐가 1999년 대동면 일대에 서식하는 사실을 확인하고 2007년 홍익대학교에 상징 조형물 제작을 의뢰, 황금박쥐 조형물을 제작했다.
재료로 매입한 순금 시세는 당시 27억원이었지만 지금은 값이 올라 85억원 이상으로 껑충 뛴 것으로 추정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