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일본 경제보복 관련 대응 기구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지 42일째인 11일 기준 민주당이 관여하고 있는 기구는 총 6개다. 적극적 대응에 나서는 것도 좋지만 비슷한 성격의 기구들이 난립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않고, 각 기구들이 효율적이고 유기적으로 협력해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11일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침략특위)를 가장 먼저 발족했다. 전략·산업통상·외교안보·경제·역사 5개 분과를 두고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6일에는 윤후덕 의원을 총괄단장으로 한 한일경제전 예산입법지원단(예산입법지원단)을 만들었다. 이어 8일에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필두로 소재·부품·장비·인력 발전특별위원회(소재부품특위)가 공식 출범했다. 한 달 새 당내 일본 경제보복 대응 기구만 3개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와 함께 당정청 차원의 기구들도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위원장으로 있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가 그중 하나다. 정세균 전 의장, 최재성 침략특위원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여하는 일일 점검대책반도 가동 중이다. 여당과 정부뿐 아니라 여야 5당, 민간이 함께하는 협의체인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도 구성돼 있다.
문제는 이들 기구의 권한과 역할이 명확하지 않고 성격이 중첩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침략특위 내 산업통상·경제 분과 역할이 소재부품특위와 겹칠 수 있다. 범정부 차원 기구인 경쟁력위원회와 일일점검대책반도 역할이 중복될 여지가 있다. 최근 당에서는 특위 간 역할 배분의 필요성을 느끼고 침략특위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주력하는 반면, 소재부품 특위는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뒷받침하는 데 집중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 8일 처음으로 열린 소재부품 비공개회의에서는 일본 관련 기구들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기구를 통폐합하거나 소재부품특위 산하에 다른 기구들을 두는 방안들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굳이 인위적인 정리가 필요하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각 기구마다 가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거라는 주장이다. 특위의 한 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성격상 즉각 대응할 팀이 필요할 때가 있고, 조금 장기적으로 보면서 대응하는 팀도 있어야 한다.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도, 관련 부처 공무원들도, 국민들도 헷갈리고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