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대구 시민들의 대표 도서관 역할을 해온 대구시립중앙도서관(이하 중앙도서관)이 100번째 생일을 맞았다. 하지만 대규모 도서관 신축과 국채보상운동 자료관(아카이브) 건립에 따른 기능 축소가 예상되면서 중앙도서관의 역사성과 상징성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중앙도서관은 1919년 8월 10일 경상북도청(현 경상감영공원) 뇌경관에서 대구부립도서관이라는 명칭으로 당시 우리나라 두 번째 공공도서관으로 개관했다. 1924년 도서관을 신축해(현 대구시청 주차장 터) 이전한 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수차례 더 이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용자가 늘자 1985년 현재 위치(중구 동인동)에 건물을 신축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2011년 3월에는 대구 중심에 위치해 많은 사람이 이용한다는 점 때문에 대구 대표도서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장서 52만4000여권, 논문 3만5000여편, 시청각자료 1만6000여점, 전자자료 10만8000여점을 보유(지난달 기준)한 지역 대표 문화공간으로 대구시민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0일 중앙도서관 100주년 기념행사를 열어 중앙도서관의 역사성을 다시 상기시켰다.
하지만 중앙도서관도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대구시가 오는 2021년까지 대구 남구 대명동 미군기지 캠프워커 헬기장 이전 터에 지하 1층, 지상 4층에 연면적 1만4350㎡ 규모로 대구도서관(가칭)을 건립할 예정이라서 대표도서관 기능을 대구도서관이 상당 부분 대체하게 될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을 보관·전시할 아카이브를 중앙도서관에 조성하기로 해 대표도서관이라는 입지가 더 좁아지게 됐다.
이에 지역에서는 중앙도서관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도서관 관계자들을 비롯해 일부 지역 정치인, 학계·문화계 인사들은 “중앙도서관의 역사성을 보존하고 국채보상운동 아카이브를 지역 명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카이브를 다른 장소에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오해라는 입장이다. “대구도서관 건립으로 중앙도서관의 기능이 일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앙도서관을 없애고 새로 아카이브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며 “중앙도서관 유휴공간에 박물관과 기록관을 조성하고 카페 등의 편의시설을 설치해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하는 라키비움(Larchiveum) 구조로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