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와 19년째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일본 히로시마(廣島)현 교직원조합(히로시마교조) 소속 교사와 학생 등 15명이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특히 올해는 일본 수출 규제 여파로 반일 감정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라 이들의 방문이 더 주목을 받았다.
11일 전교조 대구지부에 따르면 히로시마교조 방문단 15명이 한·일 역사 기행을 위해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지난 9일 방한한 이들은 방문 둘째 날인 10일 오전 경북대에서 신일본제철(미쓰비시)의 조선인 강제동원에 관한 한국 대법원의 최근 판결이 갖는 의미를 주제로 한 강연을 들었다. 또 식민 통치 기간 일제가 자행한 사상 통제와 황국신민화 과정에 대한 강연도 들었다.
강연 이후에는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과거 일본이 한국에 가한 국가차원의 범죄에 대해 참회하는 시간도 가졌다. 2015년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으로 개관한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도 둘러봤다.
11일 오전에는 사할린 영주 귀국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생활하는 경북 고령의 대창양로원을 방문해 이곳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의 고충과 과거 사할린 이주 당시 증언 등을 들었다 오후에는 경남 합천 원폭피해자복지회관도 방문했다. 12일에는 경북 경산폐코발트광산 민간인 학살 현장을 찾은 뒤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강연을 듣고 역사적 장소를 둘러본 일본 교사들은 “신일본제철 사건이 강제로 이뤄진 징역이라는 사실이 일본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이 사실을 일본의 학생들에게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지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훈 히로시마교조 평화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은 “매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행사지만 이번에 한·일 관계가 나빠지면서 일부 교사들이 가족 등 주변사람들에게 한국에 가도 괜찮냐는 소리를 들었다”며 “하지만 교사들은 이럴 때일수록 직접 봐야 한다며 방문단에 참여했고 시민사회의 소통을 통해 나쁜 정치를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교조 대구지부 관계자는 “아베 정권의 역사수정주의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침해로 이어지고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이 시기에 일본 내 교원 및 시민들과 연대해 평화헌법 개악 저지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2001년부터 교류를 시작한 전교조 대구지부와 히로시마교조는 2005년과 2012년 한·일 역사교과서 부교재를 공동으로 제작해 양국에서 동시에 발간하고 정기적으로 상대 국가를 방문하는 등 한·일관계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