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팔러 가요” 범인 한마디에 정체 알아챈 택시기사

입력 2019-08-11 11:11 수정 2019-08-11 11:22
A씨가 종교시설에 들어가 현금을 빼내고 있는 모습.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전국을 돌며 금품을 훔친 20대 상습 절도범이 범행 장소로 가기 위해 탄 택시 때문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경기, 충북 등 전국 종교 시설을 돌아다니며 금품을 턴 A씨(26)는 지난달 9일 오전 9시쯤 김모(67)씨가 모는 택시에 올랐다. 목적지는 범행 장소로 점찍어둔 경기 용인시 한 성당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A씨는 평소처럼 성당 내부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쳤고 A씨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5월 6일부터 두 달 간 전국 교회와 성당 등을 돌며 30차례 범행을 저질렀고 64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A씨가 경찰에 덜미를 잡힌 이유는 택시기사 김씨의 빠른 신고 덕분이었다. 김씨가 손님이었던 A씨의 정체를 알아차린 과정은 이렇다.

김씨는 이날 이른 시간에 성당으로 향하는 A씨에게 “아침부터 무슨 일로 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A씨는 “식료품을 팔러 간다”고 답했다. 그 순간 김씨는 전날 경찰에게 받았던 한 통의 메시지를 기억해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같은 달 8일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이 지역 택시기사들에게 A씨와 관련된 메시지를 발송했다. 최근 A씨가 용인과 수원 종교 시설에서 금품을 훔쳐 달아났으며 ‘종교 시설에서 식료품을 팔고 있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 CCTV 영상 등에 목격된 A씨의 사진도 첨부했다.

김씨는 A씨의 수상한 대답에 곧바로 그의 옷차림을 살폈다. A씨의 인상착의가 사진 속 모습과 일치한 것을 확인한 김씨는 A씨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경찰에 신고했다.

우리동네 시민경찰로 선정된 택시기사 김씨.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은 2016년 3월 카카오택시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와 업무 협약(MOU)을 맺고 카카오택시 앱에 가입한 택시기사들에게 동보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 경찰은 MOU 이후 택시기사의 제보로 용의자를 검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9일 김씨에게 표창장을 전달하고 신고보상금을 지급했다. 또 281호 ‘우리 동네 시민 경찰’로 선정했다. 김씨는 “나의 제보가 큰 도움이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경찰 업무에 긴밀히 협조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