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10일 잠실 경기다.
SK가 2-0으로 앞선 9회말 SK 마무리 투수 하재훈(29)이 마운드에 올랐다. LG 4번 타자 김현수를 3구 만에 투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5번 타자 유강남은 5구 만에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그리고 6번 타자 카를로스 페게로 마저 5구만에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하재훈은 28세이브를 올렸다. NC 다이노스 원종현과의 간격을 3세이브가 됐다. 특히 2002년 현대 유니콘스 조용준이 기록했던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과 나란히 하게 됐다. 35경기를 남겨 둔 SK 상황을 고려할 때 40세이브 도전도 가능하다.
하재훈은 올 시즌 49경기에 출전했다. 5승3패, 28세이브 3홀드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1.71이다.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18, 피안타율은 0.204밖에 되지 않는다. 말그대로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재훈은 올해 2차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6순위로 SK에 입단했다. 그러나 2009년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바 있는 해외 유턴파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지 못한 채 여러 곳을 전전하다 SK에 안착했다. 그러기에 올해 그의 성적은 너무나 값지다. KBO리그 신인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그의 성적은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선수들보다 뛰어나다. LG 트위슨 정우영(20)이 42경기에 출전해 4승 4패 1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 중이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19)은 22경기에 나와 4승6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8을 기록 중이다. 중고 신인 하재훈의 성적이 이들보다 낫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하재훈은 신인왕이 될 수 없다.
야구규약 제105조는 “신인 선수는 외국 프로 구단을 포함해 어느 구단과도 선수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는 선수”라고 규정돼 있다. 해외 유턴파들은 신인 드래프트를 거쳤음에도 신인 선수가 아니다. 표창 규정의 신인왕 조항을 보면 “외국 프로야구 기구에 소속됐던 선수는 신인 선수에서 제외된다”라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
또 해외 유턴파에게 지급되는 계약금은 0원이다. 해외 구단과 계약을 맺을 당시 계약금을 받은 만큼 국내 리그에선 받을 수 없도록 했다. 또 신인 선수 신분이 아님에도 신인 선수와 똑같은 2700만원의 최저연봉을 받아야 한다. 해외 유턴파 선수들이 KBO 리그에 진입하려면 2년 동안의 공백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이 같은 규정들은 고등학교 야구선수들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을 막고자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대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무대에서 뛰면서 포스팅 시스템이나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해외 유턴파 대부분은 여러 차례 실패를 겪고, 여러 팀을 전전하다 고국으로 돌아온 선수들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관련 규정을 대폭 정비할 필요가 있다. 신인왕 후보 자격부터 부여해야 마땅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