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기침하다 호흡기 튜브 빠져 사망… 병원 의료과실”

입력 2019-08-11 10:55

환자에게 약을 제때 투약하지 않아 인공호흡기가 빠져 사망했다면 병원이 의료사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경상대병원에 입원했다 사망한 김모씨의 부모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병원이 1억347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2011년 폐동맥고혈압을 앓던 김씨(당시 11세)는 가족여행 중 호흡곤란 상태에 빠져 경상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그는 수면상태에서 인공호흡기를 씌운 채로 치료받던 중 기침을 하다가 호흡기 튜브가 빠져 저산소성 뇌손상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이에 김씨의 부모는 병원의 관리 소홀로 환자가 목숨을 잃었다며 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환자가 기침을 하거나 몸부림을 치면서 인공호흡기 튜브가 빠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원고 측 패소 판결을 내렸다. 김씨가 당시 말기 폐동맥고혈압 환자였고, 병원에 도착 당시 이미 호흡곤란으로 이산화탄소가 몸에 쌓이는 ‘호흡선 산증’으로 장기손상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도 병원 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2심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병원 측 과실이 새롭게 발견된 것이었다. 인공호흡기 치료 환자는 매시간 진정상태 유지약품인 신경근차단제를 투약 받아야 하는데 김씨는 사망하기 5시간 전부터 투약을 받지 못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2심 재판부는 “처방에 따른 신경근차단제를 투약하지 않은 과실로 적절한 진정상태가 유지되지 않아 환자가 기침을 하면서 호흡기 튜브가 빠져 사망에 이른 사실을 추인할 수 있다”며 병원이 의료사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호흡성 심정지가 김씨의 뇌부종·저산소성 뇌손상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