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렬 변호사가 고(故) 윤정주 방송통신심의위원을 모욕했다는 논란 이후에도 다시 글을 올렸다. 그는 그동안 윤 위원이 편파적 결정을 해 왔고 공직과는 부합하지 않다고 적었다. 윤 의원은 지난 8일 별세했다.
이 변호사는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고 윤정주 위원이 여성과 소수자 등 약자들을 위한 삶을 살아왔다는 점을 모르지는 않다”라면서도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일할 때의 결정들은 사뭇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와 관련된 결정뿐만 아니라, 연결점이 없는 방송들에 있어서도 이재명 지사가 관련되어 있으면 편파적인 결정을 해 왔다”라며 “이러한 행위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공적 지위를 사적 욕구 충족에 이용하는 것이라 생각해 왔었고, 그분의 훌륭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공직과는 부합하지 않는 분이라 생각해 왔다”라고 했다.
앞서 그는 윤 위원이 별세한 다음 날인 9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유가 본인상인 점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윤정주 위원이 방통위원직에서 빠진 건 참 다행”이라고 적었다. 실명을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모욕하면서도, 별다른 부연설명이 없자 한 트위터 이용자는 “상세 해설을 기대하겠다”고 적었다. 그러자 “해설드릴 말씀 따로 없다. (고 윤 위원이) 이재명 지지자”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이 변호사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 고발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후 반인륜적이라는 비난이 일자 글을 올려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면서도 윤 위원에 대한 판단은 유지한 것이다. 그는 “내 생각을 씀에 있어 고인의 명복을 비는 예의를 제대로 갖추지 아니하고 생각의 편린만을 기술한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새로 출범하는 한상혁 체제하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편파적이지 않고, 공정하게 운영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가 윤 위원을 비판한 이유는 ‘이재명 지지자’ 정도다. 앞서 윤 위원을 비롯한 방심위 위원들은 지난해 10월 TBS라디오 ‘이정렬의 품격시대’에 ‘주의’를 결정했다. 그의 이재명 지사 비하 발언이 수위를 넘었다는 이유에서다. 이 변호사는 이같은 배경에 윤 위원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측된다.
권김현영 여성학 연구자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떻게 이렇게 함부로 말하나. 문제제기 이후에, 기사화가 된 다음의 태도를 보니 더욱 심각하다”라며 “선을 넘은 자가 간혹 있어도 동료의 충고에 넘은 감정을 다시 주워 담았다. 내가 본 사회적 풍경은 대체로 그러했다. 그런데 어떻게 끝까지 이러나. 추도식 내내 남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는가. 그것도 자신과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당신의 그 증오심이야말로 공적으로 허용되는 기준치를 넘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죽음에 대해 조롱하고 비웃는 건, 적어도 공적으로는,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걸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라며 “그래서 나는 타인의 죽음에 대해 졸렬하고 무례하게 구는 ‘공적’인 인물은 공적으로 생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윤 위원은 20여 년 동안 여성·언론운동을 해온 인물이다. 2011년부터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으로 활동해 왔고 지난해부터 방심위원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방송에서 무분별하게 행해졌던 여성·장애인 등 소수자 비하 및 혐오성 내용을 지적하고 시정하는데 목소리를 냈다.
특히 올해 3월 29일 MBC 스포츠+에서 외국인 여성 치어리더 외모를 품평하는 내용이 나오자 이를 문제 삼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위원은 당시 “스포츠 중계방송 중 여성 치어리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며 “질 낮은 해설을 하는 것 자체를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방송된 KBS2 ‘끝까지 사랑’에서 “미투라도 하든가”라는 대사를 꼬집기도 했다. 당시 그는 “방송사가 인권 및 성인지 감수성을 많이 키워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7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배우 신현준이 지적장애인 마라톤 선수를 우스꽝스럽게 따라하자 그는 “당사자가 (이 방송을 보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소재가 아니다”라고 했다.
고인은 지난 8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49세. 빈소는 경기도 김포시 뉴고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이며 발인은 11일 오전 7시로 장지는 인천 부평승화원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