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육아휴직 못 받아 불만글 올린 간호사, 해고는 부당”

입력 2019-08-11 09:00 수정 2019-08-11 09:00


간호사가 근무하던 곳에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주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직을 권고받은 뒤 불만이 담긴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것만으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노인 요양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A씨가 소속 간호사에게 내린 해고 처분을 부당하다고 본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11일 밝혔다.

간호사 B씨는 지난해 2월 A씨가 운영하는 요양원의 처우에 대한 불만이 담긴 글을 한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A씨가 B씨에게 “시설평가를 잘 받아야 하는데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휴직을 주고 대체인력을 사용하는 건 인건비 부담이 있어 2월 말쯤 그만두면 좋겠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A씨는 문제의 글을 본 뒤 자신을 악덕 기업주로 만들었다며 B씨를 해고했다. B씨는 불복했고 지방·중앙노동위원회는 “해고 사유가 존재하지만 과도한 처분”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A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의 글 때문에 요양원이 입은 피해가 크다며 “해고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의 글에는 A씨에 대한 비난보다는 자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목적이 더 강했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가 글에서 ‘이기적인 인간들’ 등의 표현을 사용했으나 전체 맥락을 볼 때 출산휴가·육아휴직에 관한 정보와 A씨가 퇴사를 강요할 경우 대처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주일 뒤 스스로 글을 삭제해 검색이 되지 않고, 댓글에는 요양원에 대한 언급보다 실업급여나 고용노동부 상담을 조언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글을 게시한 전후로 요양원 입소 인원에 변동이 발생한 사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B씨의 글 때문에 A씨가 입은 피해가 막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해고는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여야 한다”며 “B씨에 대한 해고는 지나치게 가혹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