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엘패소 총기난사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아기 곁에서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 내외는 지난 7일 데이턴과 앨페소를 방문했다. 연이어 발생한 총기난사로 31명이 숨지고 공포가 확산하자 대통령 내외가 현지를 찾아 피해자를 위로한 것이다.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 9일 “데이턴과 텍사스 엘패소에서 놀라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며 SNS에 당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논란이 된 건 엘패소 대학병원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멜라니아 여사는 이번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생후 2개월 아기 폴을 안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옆에서 웃는 얼굴로 엄지를 세웠다.
폴의 엄마 조던 안촌도(24)는 아이들 학용품을 사려고 엘패소 동부 쇼핑 단지 내 월마트에 들렀다가 총격범 패트릭 크루시어스에 의해 살해됐다. 아기를 안고 있던 그는 총성이 들리자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고 머리에 총탄을 맞았다. 남편 안드레(23)도 아내 앞으로 뛰어들다 함께 목숨을 잃었다. 손가락이 골절된 폴은 퇴원했다가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의 방문에 맞춰 다시 병원에 왔다.
가족의 사연까지 알려지면서 사진 속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부적절했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민주당 전략가 그레그 피넬로는 “아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 촬영에 소품으로 쓰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폴의 삼촌인 티토 안촌도는 “우리 가족의 비극을 정치화하지 말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했다. 트럼프 지지자라는 그는 형제인 안드레도 생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폴을 병원으로 데려간 것은 자신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으로 상당한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티토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애도를 표하기 위해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누군가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면서 “슬픈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가족들을 왜 이해하지 못하느냐”고 말했다.
조던의 조부인 존 잼로스키는 AP통신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초청받았지만, 정치적 다툼에 말려들 것이 우려돼 가족과 상의해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폴이 트럼프 대통령과 찍은 사진에 대해선 언급을 거부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