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여성을 상습 불법 촬영한 남성이 그 이유를 밝혔다. 남성은 “야한 동영상은 뭐랄까 동떨어진 느낌”이라며 “바로 눈앞을 지나가는 것과 시각적으로 느낌이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9일 SBS ‘궁금한 이야기 Y’는 ‘공포의 파란 바지 男, 그의 카메라는 왜 여자들을 노렸나’ 편에서 상습적으로 여성들을 불법 촬영한 남성을 인터뷰했다.
한 여성은 지난달 23일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파란 바지를 입은 남성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자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나흘 전 자신을 지하철에서 성추행했던 남성으로 똑같은 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친오빠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여동생을 데리러 온 남성은 파란 바지의 남자가 동생을 따라가고 있는 걸 확인하고 붙잡아 경찰에 신고했다.
40대 피의자 최모씨는 여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현장에서 검거됐다. 경찰서 앞에서 제작진을 만난 최씨는 불법 촬영은 맞지만 우발적이었다며 자아 성찰을 위해 읽고 있다는 책까지 펼쳐 보였다. 하지만 경찰은 최씨의 휴대폰을 디지털 포렌식으로 분석해 최씨가 이 여성 외에도 수많은 여성들을 불법 촬영한 정황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발견된 불법 촬영 사진만 100장에 달한다. 경찰은 “피해자 얼굴이 나오지 않는 뒷모습이 대부분이라 피해자 특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씨는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에 “내 온몸이 발가벗겨져 사람들에게 보이는 듯한 지금 상황이 너무 수치스럽다”며 “저도 한 사람의 개인이다. 존중해달라”고 말했다.
여성의 뒤를 쫓아간 이유에 대해서는 “우연히 그렇게 됐다”며 “가던 중에 우연히 눈에 띄었다. 계획한 게 아니고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짧은 옷을 입었다면 따라간다. 남자들은 다 그렇지 않냐. 솔직하게”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앞모습, 뒷모습 다 찍고 싶었는데 차마 그럴 용기는 없었다. (여성이) 뒤는 못 보니 조심스럽게 찍었다”고 했다.
이후 제작진이 최씨와 다시 만나 불법 촬영 이유를 재차 묻자 최씨는 “폴더폰일 때는 전혀 생각 못 했는데 스마트폰으로 바뀌고 ‘문득 찍으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죄송한 말인데 요즘 TV 보면 거의 다 벗고 나오는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자극적으로 느껴진다”며 “야동은 뭐랄까 동떨어진 느낌이다. 바로 눈앞을 지나가는 것하고 시각적으로 느낌이 다르다. 받아들이는 느낌의 차이가 달랐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최씨는 “막상 경찰 조사를 받으니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며 “TV 보면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너무 힘들다. 난생처음 수갑도 차고 하는데 기분이 어떻겠냐”고 말했다.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복통 등이 생겨 위장약 등을 먹고 있다며 “사람들이 왜 극단적 선택을 하는지 알 것 같다”고도 말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