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비 횡령과 학부모 성폭행 혐의를 받는 정종선(53) 언남고등학교 축구부 감독에 대한 피해자들의 추가 폭로가 나왔다. 학부모들은 청소는 물론 속옷 빨래, 개밥까지 챙겨줘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감독은 “단돈 10원도 횡령한 적 없다”며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언남고등학교는 사안이 중대하다며 정 감독을 대기발령 조치했고 대한축구협회도 스포츠 공정위원회에 넘겼다.
JTBC는 학생들의 경기 출전과 대학 진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 감독이 운영비 횡령과 학부모 성폭행은 물론 평소 황당한 갑질까지 수시로 했다는 학부모들의 증언을 9일 추가로 보도했다.
앞서 JTBC는 8일 정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 3명을 익명으로 인터뷰했다. 이들은 자녀의 입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정 감독이 두려워 성폭행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릴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 학부모는 전학을 가면 매장해 버리겠다는 협박까지 당했다고 털어놔 충격을 줬다.
추가로 전해진 피해 학부모들의 증언도 자녀 진로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 감독이 황당한 갑질을 일삼았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 학부모는 “아이가 특기로 대학을 가니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며 “그 권위에 도전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한다. 누가 그 감독한테 토를 다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아이가 볼모로 있지 않냐. 거기에서만 지켜내면 대학교도 갈 수 있고 감독의 힘으로 프로도 갈 수 있고…”라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는 “음식을 차려도 학부모들하고 똑같이 차려줄 수 없다. ‘감독이랑 학부모랑 똑같이 먹냐?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 이렇게 혼난다”고 했다. “청소한다거나 속옷을 빨아준다거나, 개밥을 챙겨주는 것도 학부모의 몫이다”라고 한 학부모도 있었다.
정 감독은 학부모들로부터 지원받은 축구팀 운영비를 수년간 가로챈 혐의로 지난 2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가 횡령한 금액은 1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정 감독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학부모들의 진술을 확보한 뒤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9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비상대책 회의를 열고 정 감독을 스포츠 공정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스포츠 공정위는 일정 조정을 거쳐 오는 12일 회의를 열어 정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다.
상벌위에 넘겨진 정 감독은 축구인의 명예 실추와 직권 남용, 횡령 등 규정이 적용되면 자격정지 1년에서 최고 제명까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언남고등학교도 정 감독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그러나 정 감독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정 감독은 KBS에 “그런 일(성폭행)도 없고, 선수들 먹는 김장비를 가져다 어떻게 횡령을 하냐. 돈 10원도 횡령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법무법인을 통해 낸 자료에서도 정 감독은 “축구부 운영비를 횡령했다거나 학부모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운영비를 착복하거나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다면 응당 구속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범죄 혐의는 경찰 및 검찰 수사를 통해 규명될 것이다”고 반박했다.
한편 정 감독은 1994년 6월 미국월드컵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로 활약했다. 이후 고교 축구부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했고 한국고등학교촉구연맹 회장도 맡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