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9일 한국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방안과 관련해 “(정부가 이를) 중단한 것은 아니다. 조금 더 검토할 사항이 있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우리가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배제하려고 하다가 일단 중단시킨 것이 맞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정부가 잠시 검토를 위해 보류를 한 것이며 다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전날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 및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논의했으나 최종 발표는 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 조치를 중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했다. 그중 하나는 어제 일본이 밝힌 1건의 수출 허가다. 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요인들도 고려해야 했다. 아마 다시 논의하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이 한국에 대한 규제 강화 품목 중 1건에 대해 첫 수출 허가를 내준 배경에 대해 “우리가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을 때에 대비해 명분을 축적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추측했다.
또 김 실장은 “일본은 대만이나 중국 등에도 통상 4주에서 6주 만에 수출 허가를 내준다. 한국에 대해서 차별적 조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조치는 수출 금지가 아니라 그냥 전략 물자를 관리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이 다른 품목들도 예상보다 빨리 수출 허가를 내줄 가능성에는 “한국 기업에 대해서도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는 조치들을 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다”며 “물론 상황에 따라, 우리 정부가 어떤 카드를 내보이느냐에 따라 좀 더 지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지금 상황을 경제학의 게임 이론에 비유하면 전략 게임이자 반복 게임”이라며 “한 가지의 전략을 끝까지 밀고 가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서 내 전략을 변경하는 것이다. 그것을 한 번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한다는 뜻이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 카드를 많이 들고 있고 대충 어떤 카드를 들고 있는지는 다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이 백색국가 배제 조치 시행 일자를 8월 28일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도 “그 앞에 우리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지소미아를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는 뜻”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지소미아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동북아의 안보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기본적으로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원칙적으로 갖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이에 ‘지소미아를 연장하면 일본이 백색국가 배제 조치를 철회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고 답했다. 또 ‘8월 중 사태 해결 가능성이 있느냐’라는 물음에도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의 금융 보복으로 제2의 IMF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가짜뉴스다. 일본 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대출 비중만 봐도 20년 전과 천양지차다. (금융보복은) 일본의 카드 속에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희망과 의지를 담아서 (이번 사태를) 가능한 한 조속히 마무리 짓고 싶지만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며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에 대해서 모든 준비하고 있다. 한국 정부 그렇게 무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일각에서 도쿄올림픽 보이콧 방안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올림픽은 민간 행사이고 올림픽위원회가 판단할 일이다. 정부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송혜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