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후보자’ 조국이 인용한 이순신 ‘서해맹산’ 뜻은?

입력 2019-08-09 16:03

“인사청문회를 거쳐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서해맹산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 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국(54)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1층 로비에서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소감을 밝히며 서해맹산(誓海盟山)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서해맹산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판옥선을 눈앞에 두고 한산도에서 읊은 ‘진중음(陣中吟)’의 한 대목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다. ‘진중음’은 충무공이 왜적을 물리치겠다는 애국의 마음을 담아 지은 한시이다.

구체적으로는 ‘서해어룡동 맹산초목지(誓海魚龍動 盟山草木知)’ 구절에서 나왔다. ‘바다와 서약을 하니 물고기와 용이 요동을 치고, 산에 다짐을 하니 초목이 알아주더라’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만큼 강렬한 다짐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진중음’ 중 서해맹산을 담고 있는 부분이다.

天步西門遠(천보서문원): 왕의 행차는 서쪽으로 멀어져 가고
東宮北地危(동궁북지위): 왕자는 북쪽 땅에서 위태롭다.
孤臣憂國日(고신우국일): 외로운 신하는 나라를 걱정할 때이고
壯士樹勳時(장사수훈시): 사나이는 공훈을 세워야 할 시기로다.
誓海魚龍動(서해어룡동): 바다에 서약하니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盟山草木知(맹산초목지):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아는구나
讐夷如盡滅(수이여진멸): 원수를 모두 멸할 수 있다면
雖死不爲辭(수사불위사): 비록 죽음일지라도 사양하지 않으리라
-박문각시사상식편집부 인용


이어 조 후보자는 “이제 뙤약볕을 꺼리지 않는 8월 농부의 마음으로 다시 땀 흘릴 기회를 구하고자 한다”며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 대한민국의 국무위원이 된다면 헌법정신 구현과 주권 수호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또 그는 “품 넓은 강물이 되고자 한다. 세상 여러 물과 만나고 내리는 비와 눈도 함께 하며 멀리 가는 강물이 되고자 한다”면서 “정책 비전도 꼼꼼히 준비해 국민들께 말씀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국민의 마음과 항상 함께하고자 했다”면서 “권력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저의 소명으로 이 과정에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삶을 반추하며 겸허한 자세로 청문회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내정하는 등 10곳의 장관급 인사를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개각 발표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조 후보자가) 법학자로 쌓아온 학문적 역량과 국민과 원활한 소통 능력, 민정수석으로서 업무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검찰개혁,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 핵심 국정 과제를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송혜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