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차단 도로?” 도쿄 올림픽 폭염 대책에 의문

입력 2019-08-10 00:04
일본 도쿄도가 2020 하계올림픽 폭염에 대비해 도로에 열 차단제를 바르는 대책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열 차단제를 바르면 도로 표면의 열은 내릴지 몰라도 복사열을 일으켜 오히려 선수와 관중의 열사병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NHK 보도 화면 캡처

9일 NHK 보도에 따르면 도쿄농업대학 카시무라 오사무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열 차단제 포장 효과를 검증한 결과 사람이 서 있는 높이의 온도는 일반 도로보다 상승하는 경우가 있었다.

도쿄올림픽은 2020년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한여름에 열린다. 일본의 여름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7월말부터 8월초까지 한 주간 도쿄에서만 폭염으로 인한 부상자는 1857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일본의 평균 기온은 2008년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해외 반핵시민단체들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완벽 복구’를 선전하기 위해 도쿄올림픽 개최 시기조차 무리하게 잡은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이 끝나는 8월 9일은 나카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날이다.

도쿄도는 올림픽 더위 대책의 일환으로 도로 표현에 흰색으로 된 특수 열 차단제를 바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올림픽 마라톤 코스를 포함한 100㎞ 이상의 도로에서 정비가 이어지고 있다.

카시무라 교수팀은 열 차단제를 포장한 도로의 표면의 온도는 일반 도로 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지상 50㎝나 150㎝ 등 사람이 서있는 높이에서는 평균 기온이 모두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는 열 차단 포장이 오히려 햇볕을 반사시키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일조량이 강한 날에는 일반 도로보다 열 차단 포장을 한 곳에서 사람 높이 부근의 기온이 상승했다.

카시무라 교수팀은 “열 차단 포장은 열사병의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햇볕이 뜨거울 때는 역효과가 나서 선수와 관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면서 “정부나 도쿄도는 이 연구결과를 받아들여 열 차단 포장의 효과를 재검증하고 다른 대안을 세워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사실 일본 정부는 이미 열 차단 포장도로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국토교통성은 2016년 열 차단 포장도로와 일반 도로의 ‘더위 지수’를 비교해 공표한 적이 있다. 조사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열 차단 포장도로의 더위 지수가 일반 도로보다 높게 나오기도 했다. 국토교통성은 당시 ‘오차가 나올 수 있고 그 차이 또한 1도 이내’라는 이유로 유의미한 차이는 말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