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큰 소동… “日정부, 수출규제 실책 인정” 발언

입력 2019-08-09 14:02

일본 정부에서조차 대(對) 한국 수출규제 강화는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반일감정 고조로 한국에서 일본 제품불매 및 여행자제 운동이 이어지자, 일본 산업·관광계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목소리다. 향후 일본 정부에 태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9일 ‘징용공 대응 촉구 의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자체 및 스포츠 교류 중단이 이어지면서 일본 정부 관계자가 “예상 이상으로 소동이 커졌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정부 관계자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에 ‘오산’이 있었음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그간 일본 언론이나 학계, 시민단체에서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랐지만, 정부 관계자의 비판은 드물었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하코다 데쓰야 논설위원이 지난달 14일 ‘보복은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일본 정부 당국자는 ‘사실 이런 일을 해선 안 된다’고 털어놓았다”고 전한 바 있다.

이날 마이니치신문의 보도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첫 수출규제였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반도체 기판에 바른는 감광액) 수출 1건을 처음으로 승인한 뒤에 나왔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안보상 우려가 없는 거래라고 확인된 1건에 대해 전날 수출허가를 했다”고 말했다. 수출규제 34일 만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다만 “일본은 ‘과잉 반응’인 한국에 대해 수출 허가를 발표해 냉정한 대응을 촉구하고 (문제의) 중심인 징용공 문제에 대한 대처를 재차 촉구한다는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또 “일본 정부는 광복절까지는 한국에서의 반일 감정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이달 후반부터 외교 당국 간 협의를 재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TV아사히는 전날 “이번 수출 허가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아직 일본은 뒷문을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뒷문이 열려있는 만큼 한국이 대화할 생각이 있다면 일본은 응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일본 NHK방송은 강경화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그리고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참석하는 3국 장관회의가 오는 21일 중국 베이징 교외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비핵화 문제뿐만 아니라 갈등이 깊어진 한·일 양자 회의도 열리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다. NHK는 강제징용 문제와 수출규제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고도 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