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빵집·주유소·서브웨이·편의점서 무차별 칼부림… 4명 사망·2명 부상

입력 2019-08-09 10:17
경찰은 7일 오후 미국 LA 샌타애나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나오는 용의자 자커리 카스터네이터를 체포했다. CNN캡처

잇따른 총기난사로 미국 전역에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이번에는 미국 서부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는 칼 두 자루를 들고 아파트, 빵집, 사무실, 주유소, 서브웨이, 편의점 등 영업점 10여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찔렀다.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했다.

CNN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남쪽 오렌지카운티의 도시 가든그로브와 샌타애나에서 벌어졌다. 용의자 자커리 카스터네이더(33)는 약 2시간 동안 아파트, 주유소, 보험회사 사무실, 편의점 등을 돌아다니며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은 가든그로브의 한 아파트에서 빈집털이를 당했다는 피해자 두 명의 신고를 지난 7일 오후 4시쯤 접수했다. 아파트 강도 신고 20분 후 인근 빵집에서 한 남성이 칼부림을 하며 돈을 요구했다는 또 다른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같은 용의자가 아파트에 침입하고 자신의 은색 메르세데스 벤츠 차를 타고 빵집으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빵집에서 돈을 훔친 그는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 주민 두 명을 칼로 찔렀다”고 설명했다. 빵집 주인은 현지 KCAL-TV에 “오후 4시 좀 넘어서 휴대폰을 충전하고 있는데 한 남성이 차를 몰고 와 주차하고 나서는 무기를 들이밀면서 돈을 요구했다. 그리고는 현찰을 갖고 달아났다”고 말했다. 카스터네이더가 훔친 돈의 액수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칼에 찔린 아파트 주민 두 명은 모두 사망했다. 해당 아파트는 카스터네이더가 살던 아파트다. 그가 알고 지내던 아파트 주민을 공격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7일 오후 미국 LA 샌타애나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나오는 용의자 카스터네이터를 체포했다. 사진은 체포 당시 발견된 칼. 범행에 쓰인 칼로 날이 넓고 무거운 칼인 ‘마체테’ 흉기다. 그는 마체테 2자루를 휴대하고 있었다. CNN캡처

경찰은 “이후 오후 6시쯤 가든그로브에 있는 보험회사 사무실에서 비슷한 강도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카스터네이터가 사무실에 들어가 50대 여직원을 수차례 흉기로 찌르고 돈을 훔친 뒤 달아난 것이다. 이 직원은 목숨은 건졌지만 큰 상해를 입었다. 경찰은 “보험회사 여직원이 매우 용감했다. 용의자가 칼로 무장하고 있었지만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맞섰다”고 말했다.

이때쯤 경찰은 여러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세 가지 사건이 모두 같은 용의자에 의해 벌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에 경찰은 주변 도로와 주차장을 돌아다니며 용의자 체포에 주력했다.

하지만 경찰은 보험회사 사무실 사건 신고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 셰브런 주유소에서 한 남성이 칼에 찔렸다는 신고를 받았다. 카스터네이터가 주유소에 있던 한 남성의 등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것이다. 이 남성은 코까지 찔려 코가 거의 사라질 뻔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보험회사 사무실 여직원과 주유소의 남성은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경찰이 칼부림 난동이 벌어진 뒤인 지난 7일 저녁, 미국 LA 샌타애나 서브웨이 앞에서 수사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경찰이 카스터네이터를 쫓는 와중, 여러 목격자들은 은색 벤츠 차량이 샌타애나로 향했다고 전했다. 이에 경찰은 샌타애나로 이동해 용의자를 찾았다. 경찰은 해당 차량이 샌타애나의 한 편의점 세븐일레븐 앞 주차장에 주차된 것을 보고 근처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카스터네이터는 세븐일레븐에 들르기 전, 인근 샌드위치 가게인 서브웨이에 들어가 한 직원을 칼로 찔렀다. 직원은 사망했고 그는 가게의 돈을 훔쳐 나와 세븐일레븐으로 들어갔다. 그는 편의점 내 보안요원을 칼로 위협해 총기를 빼앗았다. 보안요원 역시 칼에 찔려 숨졌다. AP통신은 편의점과 주유소 등에 설치된 CCTV에 카스터네이더가 상점에 들른 고객을 무차별 공격하는 장면이 찍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편의점에서 나오다가 대기하던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 당시 그는 날이 넓고 무거운 칼인 ‘마체테’ 흉기 2개와 편의점에서 훔친 총을 휴대하고 있었다.

경찰이 8일 칼부림 사건이 벌어진 미국 LA 가든그로브에 출동해 현장을 통제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칼부림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했다. 칼 휘트니 가든그로브 경찰서 부서장은 “다양한 사건이 한꺼번에 일어났다”며 “오렌지카운티에서 30년 복무했지만, 한 용의자가 하루에 흉기로 4명을 살해한 사건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용의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분을 참지 못해 많은 사람들을 해치려고 했다”며 “사건이 증오나 인종 범죄와는 관련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용의자가 히스패닉계이고 피해자들도 히스패닉계”라며 “단순히 현금을 빼앗으로 강도질을 한 건지, 분을 참지 못하고 난동을 부린 건지 확인 중”이라고 했다. 톰 다르 가든그로브 경찰서장은 “용의자가 폭력 범죄 전력이 있고 교도소에 복역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사건이 일어난 가든그로브와 샌타애나는 LA 도심에서 남쪽으로 약 56㎞ 정도 떨어져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주말 미국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 월마트와 오하이오주 데이턴 시내 오리건지구에서 잇단 총격으로 3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한지 불과 나흘 만에 발생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