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고교생들의 자발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전체 고교 학생회 모임인 ‘고등학교 학생의회’를 주축으로 2학기 개학과 함께 불매운동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9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각 고교 학생회들로 구성된 고등학교 학생의회의 2019년 2차 정기회에서 ‘각 학교가 불매운동에 동참하자’는 제안이 봇물을 이뤘다. 당초 정기회는 학교 급식 영양기준과 식기류 위생관리 개선, 세월호 추모행사 사업 운영에 관한 안건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제안이 잇따랐고 회의에 참석한 학생의원들은 적극 동참하기로 너나없이 의견을 모았다.
광덕고 전 학생회장이자 현 학생의회 부의장인 윤시우 학생은 이날 소속 학교가 지난달 17일 교내 태극기 상설 전시관에서 진행한 일본제품 불매운동 선언식 사례를 소개하며 광주지역 전체 고교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광덕고가 일본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결의하는 선언식과 함께 일본 학용품과 물품 버리기 행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선생의 후손이 설립한 광덕고는 지난 5월 개교 기념식에서 친일 음악가 김성태가 작곡한 교가 제창을 금지하고 대신 최재훈 성악가(음악교사)가 새로 만든 교가를 제창하는 등 친일잔재 청산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는 광복회로부터 기증받은 작품 100여점 등으로 학교 본관 1층에 태극기 상설 전시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불매운동뿐 아니라 학생의회에 참여 중인 광주일고 학생들은 지난달 23일 방학식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적극 참여하자”는 학생회의 의견에 따라 다음날부터 1박2일동안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학생의회 의장인 운남고 이민정 학생은 “현재 다수 학교 학생회에서 개학 후 불매 운동을 진행하거나 회의를 열어 논의하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전남공고, 광주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서진여고, 상일여고 등 다수 학교 학생회에서 개학 후 불매 운동에 합류하거나 향후 회의를 열어 적극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학생의회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광주지역에서는 최근 광주 특성화·마이스터고 교장단도 학생실험실습 기자재, 비품, 재료에 일본제품을 사용하거나 구입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학생의회는 오는 10일 오전 광주 삶디자인센터 5층 랄랄라홀에서 세월호 추모행사인 ‘나비가 된 당신들을 기억하며’를 개최한다. 이 행사에서도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참여해 언론 매체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 일부 가짜뉴스로 인해 왜곡된 사실 등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게 된다.
학생의회 관계자는 “고교생 신분으로 사회적 영향력은 크지 않으나 ‘시작은 미약했으나 나중은 창대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