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다음 주부터 잇따라 대규모 파업에 돌입한다. 일본의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배제,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등으로 국내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적절한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한국노총 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은 12일 오전 7시부터 총파업에 나선다고 8일 밝혔다. 건설노조 등은 지난 6월 초에도 파업을 한 바 있다. 건설노조는 국토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소형 타워크레인 안정성 강화 방안에 반발해 파업에 나선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파업권을 획득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현대중공업 노조가 신청한 쟁의 조정 신청에 대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노조는 지난 6월 25일 첫 조정신청을 했으나 중노위가 노사 양측에 성실 교섭을 권유하는 행정지도 결정을 내리자 지난달 30일 다시 조정 신청을 했다. 이미 지난달 중순 전체 조합원 대상 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한 노조는 조정 중지 결정까지 내려져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노조는 여름휴가가 끝나는 이달 12일 이후 파업 일정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이 무려 8만명이 넘는 현대·기아차 노조도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지난 1일 중노위 조정 중지 판결을 받아 이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노조는 12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파업 가능성은 매우 높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말 단체교섭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각각 70.54%와 82.7%라는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한 바 있다.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적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다”며 “이럴 때일수록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노조가 파업을 자제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외 경제여건이 엄중한 터에 일본의 경제공격까지 받고 있어 노사의 대립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안팎의 어려움을 감안해 노조는 파업을 자제하고 사측은 전향적으로 협상에 임해 해결책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사측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중노위의 행정지도에 따라 노사 대표가 참여해 교섭을 재개했고, 아직 4차례 밖에 교섭을 하지 않았는데 노조가 또다시 쟁의조정을 신청했다”며 “대화를 통한 교섭의 접점을 찾기보다는 또 다시 파업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정부와 사측이 노동자들에게만 일방적으로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정부는 그동안 경제 위기 때마다 재벌에게는 규제완화를, 노동자에게는 노동권 후퇴와 양보를 요구했다”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핑계로 유연근무제를 확대 도입하는 등 한국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책임을 미루는 노동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