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과 ‘봉오동 전투’… 영화, 일제 만행을 정조준하다

입력 2019-08-08 17:04
영화 ‘김복동’

과거사에서 비롯된 한일 갈등이 나날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본 만행의 역사를 되짚는 영화들이 잇달아 스크린에 걸린다. 더욱이 3·1운동,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는 해여서 관객들에게 더 큰 울림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피 끓는 증언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이 8일 관객을 만난다. 영화는 생전 여성인권 운동가이자 평화 운동가였던 김 할머니가 1992년부터 지난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했던 27년간의 여정을 따라간다.

여전히 사죄하지 않는 아베 정부, “위안부는 역사 날조”라고 주장하는 일본, 그리고 피해자는 배제한 채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선언한 박근혜정부에 맞선 김복동 할머니의 행보는 우리 모두의 결의를 다지게 하는 한편 동참과 연대의 움직임을 이끌어낸다.

영화 ‘주전장’

송원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한지민이 내레이션으로 참여했다. 뮤지션 윤미래가 주제곡 ‘꽃’을 불렀는데, 작사와 작곡은 혼성듀오 로코베리(로코 코난)가 맡았다. ‘김복동’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부문에 초청받아 주목할 만한 다큐멘터리로 꼽히기도 했다.

위안부 문제를 파헤친 또 다른 작품이 앞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36)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주전장’이다. 영화는 위안부를 지원하는 단체나 학자뿐 아니라 위안부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 극우파 인사들까지 30여명을 인터뷰해 양측의 주장을 교차해 보여준다.

미키 감독이 한미일 3개국을 넘나들며 3년에 걸쳐 완성한 프로젝트로, 균형 있는 시각과 논리 정연한 연출이 돋보인다. 이 영화를 관람한 조국 전 민정수석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와 극우 세력의 주장을 먼저 던져놓고 그 문제점을 차분히 지적하는데, 일본 지배세력이 공유하고 있는 제국주의,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를 잘 알 수 있다”고 평했다.

영화 ‘봉오동 전투’

7일 개봉한 ‘봉오동 전투’는 일본군을 상대로 거둔 독립군의 첫 대규모 승리를 다룬다. 봉오동을 근거지로 삼고 활동하던 독립군들이 1920년 6월 독립군을 토벌하기 위해 만주 일대에 집결한 일본군 월강추격대대를 ‘죽음의 골짜기’까지 유인해 궤멸시키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역사책에 기록된 영웅 홍범도가 아니라, 각자 생업을 내려놓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뛰어든 이름 모를 영웅들에 초점을 맞춘다. 연기파 배우들이 합류해 사실감을 높였다. 유해진이 독립군 황해철을, 류준열이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를, 조우진이 황해철의 오른팔 마병구를 각각 연기했다.

‘봉오동 전투’를 연출한 원신연 감독은 “이 영화는 인간의 저항과 숭고함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그들은 목숨을 걸고 싸웠고, 우리는 그들이 지켜낸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야기를 함으로써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영화 ‘우키시마호’

비교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우키시마호’도 9월 개봉된다. 영화는 해방 이후인 1945년 8월 25일 조선인 강제징용자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하던 제1호 귀국선 우키시마호가 폭침을 당해 1만여명의 승선자 중 무려 8000여명이 수장당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당시 일본 정부는 사망자 수가 500여명이라고 밝혔을 뿐, 정확한 탑승자 명단이나 사고 경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영화는 그런 슬픈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가라앉아버린 ‘우키시마호 침몰 사건’을 우리가 수면 위로 끄집어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