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달 만에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1건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는 “여전히 칼자루는 일본이 쥐고 있다”며 긴장을 풀지 않는 분위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7일 수출허가를 발급한 포토레지스트는 삼성전자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포토레지스트를 비롯해 폴리이미드,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의 수출을 규제 한 후 처음 허가를 받은 것이다.
전날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3개 소재 외에 개별 허가 대상 품목을 추가로 발표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자율준수프로그램(ICP) 인증을 받은 기업에 적용된 포괄허가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 때문에 일본이 속도조절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업계는 크게 변한 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수출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규제하는 조치라는 걸 국제사회나 한국 기업에 보여주기 위한 행보”라며 “일본은 언제든지 ICP기업을 제재할 수 있고, 개별허가를 받아야하는 품목을 확대하는 등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카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일본 규제가 또 언제 치고 들어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느끼는 피로도도 상당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 규제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전사적으로 이 이슈에 매달려 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맞대응 카드를 낼지 결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포토레지스트 허가 등 일본의 속도조절에 맞춰 추후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일부 업계는 우리의 ‘보복용’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가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선 계속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뜻을 피력한 것 같지만 우리가 보복하면 또 일본이 새로운 추가보복을 하는 양상이 반복되다보니 앞으로도 그렇게 할까 걱정된다”며 “맞불작전으로 입게 되는 피해가 더 크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도 “한국이 수출 규제를 한다고 해도 일본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이 별로 없어서 자칫 제 발등 찍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한국으로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 부연구위원은 “정부에서 업계 관계자들을 모아 의견을 듣고 업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히 품목 고르기 작업을 할 것”이라며 “일본에 대한 상응조치이면서 국제법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잘 짠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