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 하락 속 수출 물량은 비교적 안정적
日 수출규제 ‘공급 과잉’ 문제 해결 기회될 수도
대외 여건 악재 속 ‘반도체’의 향방이 중요해지고 있다. 유일한 성장 동력으로 한국 경제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갈등 심화 전인 지난 6월 D램 가격(8Gb)은 전년 대비 60.4% 하락했지만, 반도체 수출 물량은 5.1%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출하지수(공장에서 물건이 팔려나가는 수준)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물량으로 봤을 때는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수요 회복이 기대되는 수치다. 그러나 이후 발생한 악재는 ‘회복 불씨’를 곧바로 꺼뜨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의외로 일본 수출 규제는 ‘공급 과잉’을 해결할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수요 회복을 지연시킬 미·중 무역갈등이 더 어렵다는 분석이다.
8일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 사이트에 따르면 반도체 출하지수는 지난 6월 189.4를 기록했다. 1975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6월까지 물량 기준의 반도체 수출은 우려보다 괜찮았다고 본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 물량은 2월(2481t)부터 6월(2872t)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전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하락했다. 오히려 3~5월은 전년 보다 많았다. 반면 D램 가격(8Gb, 현물가격 기준)은 2월(5.79달러)에서 6월(3.38달러)까지 계속 하락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반도체 출하량은 예상보다 많았다”며 “수요가 우려했던 것 보다 나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기관의 한 반도체 전문가는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된 측면이 있었다”며 “올해 추이를 보면 전년 대비 가격이 ‘절반’ 이상 하락한 것에 비해 물량은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6월까지 반도체 물량으로 봤을 때는 수요 회복 움직임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관건은 하반기다. 7월로 넘어가면서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갈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 수출 규제가 예상과 달리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일본 수출 규제 발표 이후 D램 가격의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D램 가격(8Gb)은 7월 1일 3.13달러를 기록한 후 7월9일 역대 최저점을 찍고 이후 반등해 7월 22일 3.74달러까지 올랐다. 이후엔 3.6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한 반도체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시장의 가격 변동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타격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 수출 규제가 오히려 수요 대비 공급 과잉이 문제인 ‘반도체 산업’의 문제점을 해소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고도 많은 편인 한국의 반도체 산업 입장에서 이를 털어낼 기회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3대 소재 규제가 메모리 반도체가 아닌 차세대 반도체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과 기업들의 재고 물량이 연말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나오는 분석이다.
다만 다른 악재인 미·중 무역갈등은 심각하게 봐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요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솔직히 일본 수출 규제는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오히려 미·중 무역갈등이 수요 회복 측면에서 나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