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2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거뒀다. 주력인 카카오톡 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에서의 매출 증가가 가속화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연간 매출 3조원 달성도 자신하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결제 및 금융 사업 확장에도 나서면서 국내 IT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핀테크 1인자’ 자리를 두고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8일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 2분기 연결 매출 7330억원, 영업이익 405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24%, 46.7% 늘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전분기(1분기) 대비 4%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7%, 전분기 대비 46% 증가했다. 올 상반기(1·2분기) 카카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카카오의 연간 영업이익인 729억원의 93%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무서운 성장세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전략실장(부사장)은 이날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올 상반기 견조한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어 올해 처음으로 매출 3조원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톡 중심의 수익 확대 뿐 아니라 그동안 투자해왔던 신규 사업에서의 매출이 증가세에 접어들었고, 비용도 효율화되면서 카카오의 전 사업 구조가 선순환 사이클로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톡보드’와 ‘선물하기’ 등 카카오톡 기반 비즈니스 플랫폼인 ‘톡비즈’의 성장이 눈에 띈다. 카카오는 지난 5월 카카오톡 채팅목록 상단에 광고를 노출시키는 톡보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카카오톡 내 광고 인벤토리 확대, 메시지 광고의 지속적 성장으로 올 2분기 톡비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1389억원을 기록했다.
여민수 공동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톡보드의 경우 하루 평균 2억원에서 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며 “올해 톡비즈 매출은 50% 성장해 연말에는 6000억원을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핵심 성장동력인 톡비즈 부문의 성장세를 내년에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2분기 거래액도 지난해보다 55% 늘면서 매출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 공동대표는 “8월부터는 글로벌 유명 브랜드 상품 군까지 확대해 이용자의 상품 선택 폭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의 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3268억원을 기록했고, 포털비즈 매출은 13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성장했다.
카카오의 모빌리티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T’ 등의 신사업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한 51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카카오T 대리운전 매출이 전년 대비 58% 늘었다. 회사는 음주운전 법규 강화에 따라 하반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카카오는 향후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통해 결제 및 금융 사업에서도 더 많은 성과와 실적을 예상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2분기 거래액은 11.4조원, 상반기 기준으로는 22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 20조원을 반기 만에 넘어서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날 카카오페이는 서비스 출시 5년 만에 누적 가입자 수가 3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회사는 “결제와 송금 서비스에서 확장된 투자·청구서·멤버십·인증 서비스와 올해 신규 출시된 통합조회·영수증·배송 서비스, 그리고 환전·해외여행자보험 등 각종 제휴 서비스의 이용이 고르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핀테크 영역에서 활약하면서 네이버와의 전면전도 불가피해 보인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 e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네이버쇼핑’과 국내 간편 결제 업체 최강자인 ‘네이버페이’를 바탕으로 대출, 보험 등 신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오는 11월까지 네이버페이를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 설립하고, 플랫폼 기반의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페이 분사를 기점으로 금융 사업을 본격 확장하겠다”며 “이를 통해 금융 관련 라이선스 취득이 쉬워질 수 있고, 규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실적 발표를 한 네이버는 라인 페이 송금 캠페인을 위한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부진한 성적표을 받았다. 네이버는 2분기 매출 1조6303억원, 영업이익 1283억원, 당기순이익은 2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48.8%, 당기순이익은 90.1%나 급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