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난민 중학생’ 김민혁군 아버지 결국 난민 불인정

입력 2019-08-08 16:15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에서 김민혁군이 난민 재심사를 받은 아버지 A씨와 함께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외국인청은 이날 열린 난민 재심사 결과에서 A씨에게 인도적 체류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아버지와 함께 8일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이하 외국인청) 별관 건물을 나선 김민혁(16)군의 표정은 어두웠다. 불과 십여분 전 응원온 친구들을 만나 반갑게 짓던 미소는 온데간데 없었다. 그가 한팔로 감싸안은 아버지의 손에는 난민 불인정 결정을 알리는 통보문이 들려있었다.

지난해 ‘이란 난민 중학생’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김군의 아버지 A씨가 8일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았다. 법무부 산하 외국인청은 이날 출석한 A씨에게 난민인정을 하지 않고 임시체류를 허용하는 ‘인도적 체류자’ 결정을 내렸다. A씨가 적극적 신앙생활을 하지 않아 난민 요건에 부합하지 않지만 김군을 양육 중인 점을 고려했다는 요지다.

인도적 체류는 국내에 임시로 1년간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다. 이들은 1년 단위로 체류자격을 연장받아야 한다. A씨 경우 사유가 김군 양육이기 때문에 3년 뒤 김군이 성인이 되면 연장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난민 불인정자 신분으로는 이란 외 타국 입국허가가 나기 어려워 사실상 강제귀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결정으로 A씨는 19일부터 취업이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건설업 부문이 제외되는 등 제약이 많다. 김군 부자는 여태까지 김군에게 주어진 기초생활수급과 장학금만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법적 보호자가 없는 김군은 방학 동안에도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 없었다.

김군 부자는 2010년 한국에 입국해 2015년 천주교로 개종했다. 김군은 중학생이던 지난해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에 따라 이란 귀국시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난민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2016년 ‘신앙이 확고하지 않다’는 이유로 난민 불인정 처분을 받고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김군의 중학교 시절 은사이자 김군 부자의 난민신청 과정을 도와온 오현록 교사는 “아들과 난민신청 사유가 동일한데 A씨의 결과만 달라진 건 모순”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A씨가 다니는 성당 성직자들도 성실한 신앙생활을 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안다. 어떤 근거로 내려진 판단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출석요구 통보도 당일 전날에 갑자기 전화로 이뤄졌다. 이런 경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외국인청에는 김군 부자를 응원하기 위해 김군의 초등학교·중학교 동창인 동갑내기 친구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김군과 함께 A씨 난민인정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는 등 꾸준히 김군 부자를 도와왔다. 이날 아침 소식을 전해듣자마자 달려왔다는 구건호군은 “지난해부터 민혁이가 겪는 일을 옆에서 보면서 난민 문제를 자세히 알게 됐다”면서 “민혁이 가족 기사에 달린 욕설 등 악성댓글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A씨의 법적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동행 이탁건 변호사는 “결과가 뒤바뀌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이의신청과 행정소송 등 가능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