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국보법’ 황교안, 윤석열 만나 ‘공안 홀대’ 유감 표시

입력 2019-08-08 15:08
윤석열 검찰총장이 8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8일 취임 인사차 찾아온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 인사가 한쪽으로 치우쳐 편향된 것 같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공안통’ 검사 출신인 황 대표가 최근 검찰 인사에서 ‘홀대론’이 나올 정도로 공안 분야 검사들이 주요 보직에서 밀려난 상황에 대해 불만과 서운함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스터 국보법’으로도 불렸던 황 대표는 사법연수원 13기로 윤 총장보다 연수원 10년 선배다.

황 대표는 윤 총장과 악수를 나눈 뒤 “검찰 역할을 담당하는데 부족함이 없으려면 균형 있는 인사가 필요한데, 이번 인사를 보면 (검찰 내) 중요한 보직을 특정 영역의 검사들이 맡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선배의 우려이기도 하니까 잘 경청해 달라”며 “형법에는 개인적 법익을 해하는 죄, 사회적 법익을 해하는 죄, 국가적 법익을 해하는 죄 등 세 종류의 범죄 영역이 있다. 이에 맞는 인사들이 배치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세 종류의 범죄 영역이란 일반형사 분야와 공안, 특수 분야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단행된 검찰 인사는 ‘적폐청산 수사’ 등을 담당했던 특수통 검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검 공안부장에 특수수사 경력이 많은 박찬호 검사장이 승진 발령됐으며, 서울중앙지검의 형사, 공안, 특수 분야를 각각 지휘하는 1·2·3차장검사 자리도 모두 특수부 출신 검사들로 채워졌다.

상대적으로 선거와 노동, 대공 사건을 주로 다루는 공안 검사들은 공안 지휘라인에서도 밀려난 모양새가 됐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자 14명 가운데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검사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도 상징적이다.

검사 시절의 공안부 근무를 인생의 전환점으로 꼽을 정도로 공안 분야에 대한 애착이 큰 황 대표로서 윤 총장에게 공안 홀대론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두 사람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 때 각각 법무부 장관과 수사팀장으로 있으면서 사건처리 방향과 방식을 놓고 공개 충돌한 ‘악연’도 있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내 공안 라인과 특수 라인 간의 견해 차이 내지 기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윤 총장은 황 대표 발언 이후 “검찰 대선배인 대표께서 검찰에 대해 늘 깊은 관심을 가져 주신데 깊이 감사드린다. 지적해 주신 말씀은 검찰 업무를 처리하는 데 신중하게 받아들여서 잘 반영을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황 대표는 “검찰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며 “최근에 일 열심히 하고 역량 있는 검사들이 많이 검찰을 떠나고 있다고 해 참으로 안타깝다. 윤 총장이 이런 부분도 잘 관리해서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