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놓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가 또다시 충돌했다. 행안부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위한 경복궁 월대(궁궐 앞에 놓는 넓은 단) 발굴조사를 늦춰달라는 공문을 보내자 서울시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행안부가 전반적인 사업 일정 조정을 주장함에 따라 2021년 5월로 예정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준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하지만 서울시는 “행안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시민들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소통하여 사업을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이 진영 행안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8일 서울시청에서 긴급브리핑을 갖고 “서울시로선 최선을 다해 행안부 의견을 경청하고 사실상 대부분의 요구를 수용해 실무적인 반영이 이뤄졌음에도 행안부가 공문까지 보내서 반대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진의를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지난달말 서울시에 보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관련 협조 요청’ 공문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국민과 시민의 폭넓은 이해와 지지, 대표성 있는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참여속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보며, 이에 따라 전반적인 사업 일정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진 부시장은 “서울시는 지난 1월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발표하고 행정안전부와도 ‘성공적인 광화문광장 조성’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면서 “행안부와 3~5월에 청와대 주관의 차관급 회의를 통해 큰 틀의 합의를 하고, 5~7월에 10여 차례 실무협의를 통해 정부서울청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행안부 요구사항을 거의 100% 수용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청사 부지 중 저촉되는 토지에 대해선 이에 상응하는 부지 교환을 하고 어린이집을 신설하기로 했으며, 저촉되는 부속건물에 대해선 청사 기능 유지를 위한 도시계획시설 변경 및 저촉건물 이전 설치요구 등을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안부가 서울시의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정부서울청사 일부 부지와 건물의 기능에 변화가 예상돼 내부 반발이 있는데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반대 성명을 밝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11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22일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가 2021년 5월 준공이라는 목표를 포기해야 한다”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지금 중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지난 1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국제현상공모 결과가 발표된 후 서울시는 질주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새도 없이 형식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어떻게 해서든 2021년 5월 말로 예정돼 있는 준공시기를 맞추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소통 부족에 대해 진희선 부시장은 “시민위원회가 전문가 10명을 포함해 150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분들과 59차례 회의했고 지역주민들과도 7차례 소통을 했다.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부시장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노무현 정부때부터 활발하게 논의해 추진해온 사업이자 문재인 대통령께서 후보시절부터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추진해 100대 국정과제로 이어온 서울시-중앙정부 공동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 제외 결정과 연계해 “지금 대한민국은 역사에 대한 반성 없는 일본 아베정부의 부당한 경제보복에 문 대통령과 더불어 온 국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시기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불의에 맞섰던 광장을 보다 온전하게 시민의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와 함께 일제가 훼손해놓은 광화문 월대, 의정부터 등 역사를 복원한다는 시대적 의미를 가지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을 중재해온 청와대는 ‘속도’보다는 ‘소통’을 강조했다. 더디 가더라도 바르게 가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행안부가 (반대) 입장을 거둬 들이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일부 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가 사업을 밀어부치려 하기보다는 전문가와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 모든 것을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안부는 김부겸 전 장관 시절인 올해 1월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설계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서울시와 충돌했다. 두 기관은 지난 5월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진영 장관이 지난달 25일 기자단 오찬에서 “논의는 많이 했는데 합의된 것은 없다. 시간을 두고 생각할 부분이 많다”고 말해 사태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
서울시-행안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또 충돌…청, 속도보다 소통이 중요
입력 2019-08-08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