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웨이와 美 정부 거래금지’ 강행…트럼프·시진핑 전면전 양상

입력 2019-08-08 11:52
AP뉴시스

미국 정부가 화웨이와 ZTE(중싱통신) 등 중국 업체들의 통신·감시 장비를 연방 예산으로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키로 했다. 이는 지난해 미 의회가 의결한 국방수권법(NDAA)에 따른 것으로 화웨이에 대한 ‘블랙리스트 지정’과 다른 별도의 조치다. 미국 정부는 최근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관세 부과를 선언한데 이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이어 국방수권법에 따른 거래금지 조치까지 시행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을 전면전 수준으로 확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예산관리국은 7일(현지시간) 화웨이 등 5개 중국 기업들과 연방 정부 기관들의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규정을 시행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내용은 미 연방조달청(GSA) 웹사이트에 게시됐으며, 오는 13일부터 발효된다.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국방수권법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 감시 카메라 제조업체 하이크비전, 다화, 하이테라 등 5개 중국업체의 장비 구입에 연방 재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국 정부가 화웨이 등 중국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해 미국의 민감한 정보를 빼돌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코브 우드 백악관 예산관리국 대변인은 “미 정부는 해외 적대국으로부터 우리 나라를 방어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화웨이 장비를 포함한 중국 통신 및 감시 장비 금지를 철저하게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또 내년 8월부터 화웨이 등 거래금지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업은 연방정부 기관과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제를 확대하는 별도 규정도 시행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또 지난 5월 화웨이를 블랙리스트로 지정해 미국 기업들이 수출 등 거래를 하려면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화웨이는 이에 대해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다”라며 “연방 법원에서 이 금지조치의 합헌성 여부에 대해 계속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는 지난 3월 자사 제품 사용을 금지한 국방수권법이 위헌이라며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사카 정상회담 후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한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며 제재완화를 시사했다. 이에 따라 미·중 양국 갈등의 실마리가 풀리는게 아니냐는 기대가 확산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하며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破七)가 현실화되자 곧바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여기에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과의 거래금지도 강행하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최고조로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도 자국 국영기업들에게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을 지시하는 등 미·중 양국의 벼랑끝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위와 자존심이 걸린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사즉생의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