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사장 “日 규제 계속되면 3~4개월 후 노트10 생산 차질 우려”

입력 2019-08-08 12:00

삼성전자 IT·모바일(IM)사업부문 대표이사 고동진(사진) 사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해 스마트폰 사업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내일 당장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3~4개월 지속하면 갤럭시 노트10, 갤럭시 폴드 등 하반기 신제품 생산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대부분 부품을 여러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멀티 벤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일본 업체에 편중된 상황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다. 하지만 고 사장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범위가 4차 협력 업체까지인데 단계마다 들어가는 원재료 등을 보면 영향이 없을 수 없다”면서 “모두 열심히 해서 어느 정도는 준비가 돼 있지만 계속되면 상당히 힘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 사장은 “사장이 되기 전에 매년 ‘내년이 위기’라는 말을 들어서 사장이 된 이후에는 임직원들에게 위기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면서 “미·중 무역전쟁, 일본 소재 수출 규제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 내년 사업 계획을 세울 때는 위기라는 말을 하게 될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가 잘하면 고객이 인정해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할 각오가 돼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9월 출시를 확정한 갤럭시 폴드에 대해서 고 사장은 “가슴을 열어서 보여줄 수 있으면 시커멓게 된 걸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롭고 혁신적인 것을 할 때 모르는 게 참 많이 나오는 거 같다”고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을 털어놨다. 폴드가 노트보다 상위 기종인지에 대해서는 “폴드는 새로운 폼팩터이지 노트보다 상위 개념은 아니다”면서 “올해는 처음이라 가격이 비싸게 설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스마트폰 시장 침체에도 삼성전자는 점유율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제조업을 하는 입장에서 점유율은 생명, 수익성은 인격과 같다”면서 “생명과 인격 둘 다 지키는 게 맞지만 둘 중에 하나라면 일단 생명을 챙기고 그다음이 인격이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상반기에 A시리즈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과도기가 있었다”면서 “노트10이 나오는 하반기는 반드시 수익성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사장은 “지난해 실패한 연간 3억대 판매 목표를 지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에서 노트10을 5G 모델로만 출시한다. 5G 수요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고 사장은 “5G폰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프리미엄 시장 선인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만 지금까지 판매된 삼성전자의 5G폰은 170만대, 전 세계적으로는 220만대다. 노트10 출시로 5G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 사장은 “미국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도 노트10 5G에 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노트10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부분은 디자인을 꼽았다. 고 사장은 “전면 카메라를 가운데로 바꾸고 구멍도 더 작게 했다”면서 “S10 때도 구멍 크기를 줄이고 싶었지만,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어려웠다. 이번에는 줄이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뉴욕=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