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고령화시대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고 마음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의 노동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표준근로계약서와 표준급여명세서를 포함한 표준 노동 가이드라인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요양보호사들을 위한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와 힐링휴가제를 실시한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요양보호사의 노동권과 건강권 강화에 방점을 둔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종합계획’을 8일 발표했다. 이번 종합계획은 어르신·장애인에 대한 돌봄서비스의 공공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이 우선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마련됐다.
요양보호사는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 등을 위해 신체·가사·정서 돌봄 등을 지원하는 요양보호 기술을 가진 전문인력이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요양보호사는 국가자격증 취득 후 장기요양기관에 소속돼 시설에 상주하거나 각 가정을 방문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서울시내 장기요양기관은 3040곳(재가 2516, 시설 524)이며 요양보호사는 총 8만4564명에 이른다.
급속한 고령화 속에 어르신과 장애인 등을 전문적으로 돌보며 우리 사회 돌봄 서비스 제공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 감정노동과 건강 위험 등 열악한 환경 속에 일하고 있는데 이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돌봄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종합계획은 노동기본권 보장, 건강한 요양노동 지원, 좋은 돌봄역량 강화, 소통 활성화 및 관리감독 강화 등 4개 분야 8개 정책과제, 25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됐으며 향후 3년간 122억원이 투입된다.
우선 성희롱이나 부당한 요구 발생시 조치 의무 등의 조항을 담은 표준근로계약서와 임금 총액이 아닌 세부항목(임금, 수당, 공제항목 등)이 명시된 표준급여명세서 표준안을 연내 마련해 장기요양기관에 보급한다. 이러한 표준 노동 가이드라인은 향후 좋은 돌봄 인증의 지표로 활용된다. 또 요양보호사를 비롯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기요양요원의 직종별 표준인건비 기준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내년에 시작한다.
시는 지속가능한 요양서비스를 위해 요양보호사들의 신체적·정서적 건강권 확대에도 나선다. 오는 10월부터 시작되는 독감예방주사 무료접종은 서울시 장기요양기관에 근무하는 만 64세 이하 요양보호사 전원이 대상이다. 올해는 10월~11월 10일 자부담 접종 후 소속 기관에 비용을 신청하거나 기관과 협약을 맺은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접종받으면 된다.
시는 장기요양기관의 낮은 진입장벽으로 소규모 영세기관이 난립하면서 종사자의 처우와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장기요양기관의 공공성을 높이는 데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투명한 재무관리를 위한 ‘장기요양기관 재무회계 시스템’ 사용여부를 연 2회 정기 점검하고 서울시와 요양보호사, 요양기관, 전문가 등이 참여해 관련 시 정책에 대해 자문하는 ‘서울시 장기요양정책 협의체’도 운영한다.
또 노인장기요양보험 개정으로 오는 12월부터 시행되는 ‘장기요양기관 지정갱신제’와 관련해 실질적인 심사기준도 마련한다. 그동안 일정 요건만 갖추면 신고만으로 설치가 가능했던 재가장기요양기관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지정’을 받아야 하고, 기관 설치·운영자의 행정처분 이력, 급여제공 이력, 지역별 기관 공급량 등을 고려해 지정한다. 또 유효기관 6년이 지나면 지정요건 준수여부, 시설장·종사인력 결격사유, 기관운영실적, 수급자 확대 응 관련 법률 위반 여부, 행정처분 사후조치 여부 등을 심사해 갱신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급속한 고령화와 어르신 1인가구 급증에 따라 우리 사회 돌봄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현장의 돌봄서비스를 담당하는 요양보호사들은 고용, 임금, 건강 등에 있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며 “요양보호사들이 정당한 대우와 평가를 받아야 우리사회 돌봄서비스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