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7일 잠실 경기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두산이 5-2로 앞선 한화의 8회초 공격이다. 7회부터 마운드를 지킨 김승회가 대타 정근우와 제라드 호잉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3루의 위기를 맞았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마무리 투수 이형범을 조기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첫 타자 김태균에게선 3루 쪽 내야 땅볼을 유도해 3루 주자 류지혁을 잡아냈다. 그러나 계속된 1사 1,2루 위기에서 한화 이성열에게 우월 스리런 홈런을 맞으며 동점을 허용했다. 여기까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형범은 다음 타자 송광민에게 다시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형범은 4구를 장진혁의 다리 부분에 던졌다. 사구다. 다음 타자 최재훈에겐 2구를 몸에 맞혔다.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박치국으로 투수가 교체됐다. 그런데 박치국마저 3구에 오선진을 맞혔다. 밀어내기 사구다. 몸에 맞는 공이 연속 세 타자에게 나온 것이다. 정은원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맞으며 추가 실점했다. 그러면서 경기를 내줬다. 김태형 감독이 입을 다물지 못하는 장면이 TV에 비칠 정도였다.
연속 3타자 몸에 맞는 공은 KBO리그 타이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 투수가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3차례 연속 사구는 모두 11차례나 있었다. 이번이 12번째다.
그리고 지난 6월 16일 LG 트윈스는 두산과의 잠실 경기 2회말 때 무려 4사구 8개를 내줬다. KBO리그 역대 한 이닝 최다 기록 타이였다. 1994년 6월 24일 한화 이글스가 전주 쌍방울 레이더스전에 1회에 내준 사사구 8개와 같은 불명예 타이기록이다.
그에 앞서 6월 12일에는 롯데 자이언츠가 끝내기 스트라이크 낫아웃 폭투패를 당하기도 했다. 전무후무한 역대 최초 기록이다.
현장에선 저질 야구가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팬들의 입장에서 보면 저질 야구가 계속되고 있는 게 맞다. 투수가 긴장해서 그렇겠지만, 그것을 극복해야 하는 게 프로야구다. 이날 관중은 1만137명이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