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7일 ‘아동성폭행범 감형 판사 파면’ 청원에 대해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 6월 14일 청원인은 “미성년 아동을 강간한 가해자를 합의에 의한 관계 그리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감형한 판결은 상식을 벗어났다”며 “해당 판사를 파면하라”는 취지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이 청원은 20만 이상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은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재판관에 대한 파면에 대해서는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권은 다른 국가권력으로부터 분리된 독자적인 국가권력으로 삼권분립에 따라 현직 법관의 인사와 징계에 관련된 문제는 청와대가 관여할 수 없으며, 관여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강 센터장은 “삼권분립을 훼손할 소지가 있는 청원에 대해서는 답변드리기 어렵다는 점, 청원에 참여해주신 국민께서도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한다”며 “증가하고 있는 아동, 청소년 대상 성폭력 및 성범죄가 한국 사회에서 사라질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욱 적극 대응하라는 국민의 절박한 요구를 관련 정부부처에 다시 한번 전달하고 그 이행을 점검하는 일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헌법 제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 106조는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며 재판을 수행하는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0세 여성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보습학원 원장 이모(35)씨가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6월 13일 2심에서 3년으로 감형됐다. 공분이 들끓자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한규현)는 이례적으로 판결 이유를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같은 달 17일 배포하고 “피해 아이의 진술만으로는 폭행 및 협박을 동반한 강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채팅 어플에서 만난 A양을 자택으로 유인했다. 소주 2잔을 먹인 뒤 성폭행했다. 1심은 그의 억압 행위를 폭행과 협박으로 판단했으나 2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증거가 피해 아이의 진술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2심은 13세 미만 아동과 간음했을 때 처벌하는 미성년자의제강간만 인정했다. 폭행과 협박이 없어 강간은 아니지만 상대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처벌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직접적으로 폭행이나 협박을 당한 사실은 없고 ‘그냥 누르기만 한 거야?’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것이 유일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씨가 아이의 몸을 누른 행위가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어 “일부 보도처럼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 진술만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또 피해 아이가 법정 진술을 거부해 피해 사실을 전해 들은 어머니의 진술은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해 원칙적으로 ‘강간죄 무죄’가 선고돼야 하지만, 직권으로 ‘미성년자의제강간죄 유죄’ 판단을 내렸다”며 “이번 사안에 무죄를 선고한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 목적에 비춰봤을 때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