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정당 창당을 놓고 선(先) 간판 교체냐, 선(先) 위기 수습이냐를 놓고 팽팽히 맞섰던 민주평화당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결국 결별 수순에 들어섰다. 당권파인 정동영 당 대표와 비당권파인 유성엽 원내대표는 7일 오후 막판까지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비당권파인 대안정치연대는 8일 분당에 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한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정 대표와의 회동 직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잘 안됐다. 공식적인 입장은 내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장정숙 대변인 또한 협상이 결렬됐고 탈당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는 8일 브리핑을 통해 밝히겠다고 알렸다.
이에 앞서 유 원내대표와 박지원 의원을 포함한 비당권파 ‘대안정치연대’는 이날 정동영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집단탈당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당의 간판’인 정 대표가 자리를 내려놓지 않는 한 어떠한 협상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오늘 정동영, 유성엽 두 대표가 만나서 얘기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끝나는 것으로 본다”며 “정 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이 정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이유는 이대로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박 의원은 “정 대표가 출마하면서 6개월, 1년이 될 때까지 당 지지율을 10%로 올리겠다고 했는데 (1년이 된) 현재 줄기차게 1~3%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아무리 군소정당이지만 존재감을 확인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의 간판을 정 대표가 대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새로운 간판으로 교체하자는 뜻이다.
박 의원은 정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과거 자유한국당 사례를 언급했다. 박 의원은 “한국당을 보시면 된다. 당 대표가 있는데 김병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들어가서 아무것도 못 하고 나오지 않았느냐”며 “그러므로 일단 정 대표가 물러가서 우리하고 똑같은 병풍 노릇을 하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와 당권파는 ‘사퇴 불가’ 태도를 고수하며 대안연대에 ‘조건부 사퇴’를 역으로 제안했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권노갑, 정대철 상임고문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길 다시 촉구한다”며 “방법론이 다르다면 공개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 당을 살릴 비전을 놓고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제시된 중재안은 당 대표와 대안연대 측이 각각 추천한 1인을 공동위원장으로 신당추진기구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대안연대 측은 정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