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비자 입국제한, 北관광 통한 외화벌이 타격용”…‘영향 미미’ 시각도

입력 2019-08-07 17:59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2011년 3월 1일 이후 북한 방문·체류한 이력이 있는 대상에 대해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한 무비자 입국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북한에 방문·체류한 이력이 있는 여행객에 대해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제한한다고 밝힌 가운데, 미 정부의 속내는 ‘북한의 외화벌이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6일(현지시간) VOA(미국의소리)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재에 맞서 생존전략으로 적극 추진하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등 주요 관광사업에 이번 조치가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미국에 오길 원하는 외국인들의 북한 주요 관광지 방문 욕구를 꺾을 힘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튼 변호사 주장에 따르면 북한에 방문한 외국인의 경우 여행 등의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때도 비자를 발급받아야하니 북한을 방문하고자 하는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조치가 북한 정권의 (관광 외화벌이를 통한) 제재 회피를 상쇄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양덕온천지구 건설, 삼지연군 건설 등 ‘3대 사업’에 큰 관심을 두고 조기 완공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업이 북한 주민들의 사상교양을 강화하고 부족한 외화를 메우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해왔다.

이런 배경 탓에 스탠튼 변호사는 “미국은 테러지원국인 북한에 대해 안보 우려가 있다”며 “북한 정권에 동정심을 품는 사람들의 입국을 국가안보상 이유로 조사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스탠튼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북한 방문자에 대한 무비자 혜택 제한’을 미 정부에 공개적으로 제안했었다.

아울러 스탠튼 변호사는 이번 조치가 “노동력 착취를 당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 보호와 인도주의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정권이 열악하고 안전하지 않은 관광리조트 건설에 군인과 학생, 여성 등을 강제로 동원하고 있는 만큼 북한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줄어들면 이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관광리조트 건설을 그만두고 농장으로 돌아가면 식량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분석했다.

반면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번 조치가 북한의 주요 관광사업에 미치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과거 마식령스키장을 비롯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등의 사업은 경제와 투자 셈법으로 볼 때 성공 가능성이 적어 파급효과가 적을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 브라운 교수는 대북 관광의 90% 이상이 이번 조치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중국인들이고, 북한 당국이 입국 외국인들의 여권에 출입국 사증과 스탬프를 찍지 않는다면 미국 정부가 북한 체류 증거를 확인하기 힘들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조치를 이행하기 힘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브라운 교수는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오기 위한 압박전술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가 향후 북미협상이 재개될 경우 무역 제재보다 해제가 훨씬 쉽기 때문에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앞서 미 정부는 6일 외교부에 “북한에 갔던 한국인과 외국인은 5일(현지시간)부터 ESTA를 통해 미국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고 알려왔다. ESTA는 비자 면제프로그램(VWP) 가입국 국민에게 상용 또는 관광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경우 비자 없이도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2011년 3월 1일 이후 북한 방문 및 체류 기록이 있는 한국 국민은 미국 여행 시 무비자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