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포식자’ 상어는 때로 사람까지 공격하는 포악한 동물이지만 해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균형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상어들이 인간 때문에 개체 수도 줄고, 몸집도 작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런던동물학회(ZSL)는 ZSL 동물연구소 톰 레테시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대양의 상어 생태계를 분석해 미국 온라인 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 바이올로지’를 통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7일 밝혔다.
인구 1만명 이상 도시와 어시장, 상업 어로 수역에 가까운 곳에서 상어의 개체 수가 심각하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몸집도 작아졌다.
상어를 비롯한 해양 포식자들이 인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거리는 도시나 어로 활동 구역에서 1250㎞였다. 이 수역을 벗어나야 야생 상태가 돼 상어 개체 수가 늘고 몸집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구역을 벗어나는 바다는 전 세계 바다의 이런 야생 바다는 13%에 불과하다.
야생성 유지 거리는 이전 연구에서 제시됐던 것보다 훨씬 더 길어졌는데 이는 상업 어선의 활동 영역이 넓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연구팀은 인도양과 태평양 등의 1041곳에서 촬영된 영상을 통해 상어 19종 841마리의 몸길이를 재고 개체 수도 분석해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상어를 비롯한 해양동물은 미끼를 담은 깡통에 카메라를 부착해 이를 치고 갈 때 녹화해 분석하는 방법을 이용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109종 2만3200마리의 해양동물이 녹화됐다.
연구팀은 또 수면 온도가 상어의 평균 몸 크기에 강한 영향을 끼치며, 28도 이상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열대 수역에 작은 종(種)이 더 많이 서식하는 일반적인 생물지리적 양상과 일치하는 것이기는 하나 지구 기온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레테시어 박사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연구결과는 대형 해양 포식자들이 인간 가까이에서는 번성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며, 인간에 의한 과도한 바다 개발이 가져온 충격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