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안정 진땀 흘린 정부 ‘공매도 규제’ 꺼낸다

입력 2019-08-07 17:25
홍남기(오른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긴급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기념촬영을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홍 부총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증시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지자 정부가 ‘공매도 규제’를 꺼내들었다. 언제든지 시행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던졌다. 국내 금융시장의 기초체력은 양호한 만큼 투자자들의 심리 붕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그래도 ‘약발’이 먹히지 않으면 자사주 매입규제 완화, 일일 가격제한폭 축소 등 추가 대책도 내놓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금융·외환정책을 책임지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최종구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회의에 참석했다. 부총리와 한은 총재가 참석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가 열리기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2017년 9월 4일 이후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단기간에 중첩돼 나타난 결과”라며 “가용한 수단을 통해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매도 규제를 언급했다. 공매도 규제는 전날 ‘증권시장 상황 점검을 위한 금융투자업계 간담회’에서도 정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의 하나로 제시됐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해 투자자들의 심리 붕괴를 선제적으로 막는 것이다. 이틀 연속으로 공식석상에서 공매도 규제를 거론한 것은 현재 증시가 그만큼 불안정함을 보여준다.

최 위원장은 공매도 규제의 세부 실행방안과 관련 “주식 공매도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은 언제든지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의치 않다 싶으면 지체 없이 규제를 실시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금융당국이 조만간 한시적인 주식 공매도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여기에다 금융 당국은 공매도 규제 외에 자사주 매입규제 완화, 일일 가격제한폭 축소 등 상황별 증시 안정책도 준비 중이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떨어질 걸로 예상될 때 해당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값에 되사서 차익을 얻는 매매기법이다.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패닉 셀’(투매 현상)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관투자가는 비교적 자유롭게 공매도를 할 수 있는 반면 개인 투자자는 제약이 많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난도 제기돼 왔다.

공매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0월 금지된 적이 있다. 다만 비금융주 공매도는 2009년 6월 재개됐다가 2011년 8~11월 일시 금지되기도 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때였다.



하지만 당시 공매도 금지가 증시의 극적 반등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2008년 한시적 공매도 금지 기간에 코스닥은 10.0%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3.4% 떨어졌다. 2011년에는 코스피(-12.1%)와 코스닥(-9.9%) 모두 하락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규제 강화가 주가 안정화를 위한 노력으로 받아들여진다면 투자심리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주가 반등으로 직결되진 않겠지만 코스닥 시장의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2008년 당시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하던 외국인은 공매도 금지 기간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금융 당국의 ‘강력한 신호’로 증시 폭락세에는 일부 제동이 걸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41% 소폭 내렸고 코스닥지수는 2.38% 상승으로 마감했다.

박재찬 기자, 세종=신준섭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