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럼스, 에스퍼 美 국방장관에 “연합연습 기간 피해 방한” 요청

입력 2019-08-07 17:00
마크 에스퍼(왼쪽) 미국 국방장관이 7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의 오는 9일 방한 일정은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요청에 따라 한·미 연합 군사연습 기간을 피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연습 도중에 방한할 경우 연습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에스퍼 장관이 한국의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 참가 등 ‘안보 청구서’를 내밀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번 한·미 국방장관 회담의 공식 의제에는 이 문제가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 소식통은 7일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에스퍼 장관의 첫 방한 일정이 한·미 연합 군사연습 기간과 겹치면 연습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에스퍼 장관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방한이 군사연습 중에 이뤄지면 연습을 지휘해야 할 한·미 군 고위 참모들이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배석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습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한국군 주도의 전시대응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기본운용능력(IOC) 검증을 겸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군 관계자들 전언이다.

에스퍼 장관은 일본과 몽골 방문에 이어 오는 8일 저녁 한국을 방문한다. 그는 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열리는 오는 9일은 실제 연습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연습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북한의 국지도발과 테러에 대비한 위기관리참모훈련이 진행된다. 이후 11일 새벽부터 20일까지 전면전 발발을 가정한 연습이 실시된다. 위기관리연습과 본 연습 사이의 이른바 휴지기에 에스퍼 장관이 방문하도록 일정을 맞췄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 구성,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는 문제 등은 한·미 국방장관 회담의 공식 의제로 잡혀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에선 한반도 비핵화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문제와 전작권 전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실시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왼쪽)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을 마친 뒤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에스퍼 장관이 우회적으로 한국의 안보 부담을 가중시키는 발언을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앞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달 24일 정 장관과 만나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등을 거론하며 방위비 분담 부담을 더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에스퍼 장관은 7일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과의 면담에서 한·일 GSOMIA를 포함해 한·미·일 협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에스퍼 장관은 또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 구상을 이와야 방위상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야 방위상은 에스퍼 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최근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