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이 불쑥 던진 ‘유승민 통합론’에 정치권 들썩

입력 2019-08-07 16:52
유 의원 “통화한 적도, 만난 적도 없다” 선 그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불쑥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과의 통합론을 꺼내 들었다. 한국당이 유 의원 쪽과 뭉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승산이 없다는 취지인데, 우선 당권파와 반대파가 나뉘어 사생결단하듯 대치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당 안에서도 “원내대표의 월권”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졸지에 ‘러브콜’을 받은 모양새가 된 유 의원은 “나 원내대표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냈다.

나 원내대표는 7일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보수 통합이 엄청나게 중요하다. 유 의원과 통합을 안 하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 유 의원이 총선에서 (한국당 후보로) 서울에 출마하면 얼마나 좋겠나” 등의 발언을 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유 의원과의 통합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생각”이라며 “지금 특별한 시기적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우파 가치들을 같이 할 수 있는 모든 분들이 함께 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며 “반문(反文) 연대와 우파 통합을 위해 거쳐야 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인터뷰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퇴진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그 당 사정”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실질적으로 아마 그런 조건이 충족돼야 (통합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손 대표 측은 우리와 같이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뉴시스

나 원내대표의 이런 발언은 유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계 출신들과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바른미래당 당권파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렀다. 당장 손 대표가 “유 의원과 나 원내대표, 한국당 사이에 구체적인 얘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느꼈다. 그렇지 않고서는 (나 원내대표가) 그런 인터뷰를 할 수 있나”며 “유 의원도 이제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며 공세를 폈다.

문병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나 원내대표가 ‘안철수·유승민 두 분도 내년 총선에서 같이 하자’며 바른미래당을 또다시 스토킹했다. 우리 당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스토커 노릇을 계속한다면 한국당을 상대로 접근 금지 신청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훈 사무총장은 “나 원내대표는 잠꼬대 같은 말을 더이상 하지 말고 한국당이나 잘 추스르라”고 응수했다.

한국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강성파로 꼽히는 김진태 의원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월권이고 개인 의견”이라며 “이 분(유 의원)은 그냥 가만두면 된다. 오겠다는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분을 자꾸 건드려 몸값만 높여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냈다. 또 “우파통합은커녕 그나마 겨우 숨이 붙어 있는 당이 또 쪼개져야 되겠느냐”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반면 ‘복당파’인 장제원 의원의 경우 “반드시 함께해야 할 통합 대상으로 유 의원을 구체적으로 거명한 것은 당이 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한 용기 있는 구상이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나 원내대표 발언의 불똥이 튄 유 의원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 “나 원내대표의 인터뷰와 관련해 저는 나 원내대표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을 그었다. 유 의원과 친분 있는 한 의원은 “사전에 어떤 교감도 없었다”며 언짢아 하는 기색을 보였다.

가뜩이나 당권파 측에서 유 의원을 압박하고 들어오는 상황인데, 당 외부 인사가 괜한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