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인공지능(AI)과 법률자문 능력을 겨루는 국내 첫 경연대회가 열린다. AI 기술이 법률 서비스에 활용되는 시대가 머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상징적인 대회다.
한국인공지능법학회와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은 오는 29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Legal AI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제1회 법률 인공지능 콘퍼런스를 연다고 7일 밝혔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법률 인공지능(Legal AI) 팀과 실제 변호사 팀이 각종 계약서 검토 및 자문 능력을 겨루는 ‘알파 로(Alpha Law)’ 경진대회가 부대행사로 실시될 예정이다.
대회는 주최 측이 준비한 근로계약서와 비밀유지계약서 내용을 분석해 문제점을 추론하고, 그 근거를 제시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변호사팀은 2인 1조로 구성된 8개 팀이 출전한다. Legal AI 팀은 실제 변호사와 AI로 구성된 2개 팀이 대회에 나선다.
대회에 쓰이는 AI는 인텔리콘 메타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AI가 투입될 예정이다. 국내 법률 AI 시장의 선두 주자인 인텔리콘 메타연구소는 세계 법률인공지능(COLIEE) 경진대회에서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우승한 경력이 있다.
이번 ‘알파 로’ 대회에 나오는 AI는 계약서를 검토하고 문제점을 도출하는 데 10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문제점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당사자에게 맞춤형 계약서까지 추천하는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AI와 팀을 맺은 변호사는 AI가 도출한 결과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도록 오류를 보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아직 구체적인 대회 운영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회 결과에 따라 법률 AI가 실제 법률서비스 분야에 확산될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종 계약서 검토 및 법률자문 역할을 AI가 대체하게 되면 노무사와 법무사 시장에는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콘퍼런스 관계자는 “법률 AI는 해외에서 기술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분야”라며 “기술의 발전과 AI 시장의 확산을 더이상 막을 수 없는 만큼 법률 AI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 AI가 상용화되면 일반인들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쉽게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AI가 완전히 법률전문가를 대체할 수 없는 만큼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법조인들의 역할도 자연히 늘어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