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원·달러 환율 “상승압력 시달리지만 속도 조절 여지 있다”… 미국 9월 추가관세 없어야 1200원 복귀

입력 2019-08-07 15:57 수정 2019-08-07 17:25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멈추고 1215원 선에서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한동안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1200~1220원 사이를 오르내리면서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한다. 관건은 위안화 움직임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4원 내린 1214.9원에 거래를 마쳤다. 6거래일 만의 하락이다. 이달 들어 환율이 하락 마감하기는 처음이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5일 1179.3원이었던 환율은 이달 들어 1200원대로 치솟았다. 지난 5일 1215.3원으로 올라선 뒤 1210원대를 유지 중이다. 정부는 환율에 과도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정부 의지를 반영하듯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일단 주춤한 모습이다. 중국이 오는 14일 홍콩에서 300억 위안(약 5조원) 규모의 중앙은행증권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달러·위안 환율의 하락(위안화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위안화 가치 변동이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입김은 상당하다. 달러·위안 환율 동향은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하는지 아닌지 파악할 수 있는 ‘나침반’이다. 무역전쟁이 확대되면 안전자산인 달러 쪽으로 투자가 몰려 달러와 위안화의 가치 차이는 더 커진다. 이는 달러·위안 환율이 상승하는 배경이다. 양국 갈등으로 전체 무역 규모가 줄면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산업도 타격을 입는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원화 가치는 달러·위안 환율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데 이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위안화 가격이 7위안을 넘어가는 ‘포치(破七)’에 이르렀다. 그만큼 원·달러 환율도 계속 올라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외환 당국 입장에서도 환율 속도 조절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상승 속도는 조절될 것”이라며 “다음 달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거래 기준 환율을 6.9996위안으로 고시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 환율을 7위안보다 높게 가져가지 않은 것은 다음 달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조치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다음 달까지는 원·달러 환율이 1200~1220원 사이에서 횡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일본의 수출규제가 다음 달에도 연장될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트레이딩부 연구원은 “이미 1200원을 돌파한 이상 외국인들은 역외 시장에서 롱플레이(투기적 매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증시 반등도 기대하기 어려워 원·달러 환율은 계속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특별한 외부 요인이 없는 이상 다음 달까지 확 올라가거나 확 내려가는 상황 없이 1210원 중심에서 등락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기준금리 조기 인하 가능성’ 질문에 “상황 변화에 따라 필요하면 추가적 대응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이달 말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단행한다는 시장 전망에 힘을 싣는 발언이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막으면서도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금리 적정선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웅 강창욱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