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현직 지도부가 중대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기간에 시진핑 국가 주석이 농촌의 빈곤 퇴치를 치하하는 서신을 보내며 민심 수습에 나섰다. 중국 지도자들은 베이다이허 기간에 공개활동을 자제하는 게 관행이다. 따라서 시 주석이 최근 홍콩 사태와 미·중 갈등이 격화하자 흔들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7일 1면에 시 주석이 푸젠성 서우닝현 촌민에게 보내는 답장을 통해 “적수천석(滴水穿石·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의 정신을 가지고 농촌 진흥의 길을 헤쳐나가자”고 독려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지난 30년간 노력으로 이 촌락의 면모가 일신하는 성과를 거뒀고, 촌민들은 더 큰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며 “계속 적수천석의 정신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해 빈곤을 타파하고 아름다운 농촌 건설을 위해 단결해달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푸젠성 닝더지구위원회 서기로 근무하던 1989년 이 농촌의 빈곤 가구들을 찾아 민원 사항을 해결해줬다. 인민일보는 “1980년대 말 이 지역은 도로도 없어 교통이 극도로 불편했던 곳”이라며 “시 주석은 닝더 서기 시절인 89년 7월 19일 더위에 차로 세 시간을 달리고, 다시 두 시간을 걸어서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다”고 전했다.
촌민들은 최근 시 주석에게 빈곤을 탈피했다는 서신을 보내 고마움을 전했고, 시 주석은 이에 답장 형식으로 빈곤 퇴치를 축하했다. 베이다이허 회의 기간에 과거 시 주석이 근무했던 지역의 빈곤타파를 부각한 것은 자신의 업적을 띄우면서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데 대해 “무역갈등을 키우는 악랄한 행위”라고 강력 비난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웹사이트에 올린 기자문답에서 “미국이 자신들의 기준도 무시하고 부당하게 중국에 환율조작국 딱지를 붙인 것은 무역갈등을 키우는 또 하나의 악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화 대변인은 “미국은 제멋대로 일방주의적이고 보호주의적인 행위로 국제규칙을 공공연히 짓밟았다”며 “이는 국제금융 질서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국제무역과 글로벌 경제 회복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은 환율을 무역전쟁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미국은 조속히 이성을 찾아 양국 관계를 더 악화시키지 말라고 촉구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갈등이 심화되자 미국에 의존하던 대두 등 일부 농산물의 수입선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선언하자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난징 세관은 4000t 넘는 러시아산 대두의 수입을 승인했다. 이는 중국이 7월 말 러시아의 전 지역에서 대두 수입을 허가한 이후 들어온 첫 물량이다. 중국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전년대비 655늘어난 81만7000t의 대두를 수입했다.
중국은 또 사료용 대두박 구매를 위해 이달 중 아르헨티나를 방문한다. 곡물 전문 매체의 자오산웨이 편집장은 과거에는 중국이 수입하는 옥수수의 90%가 미국산이었으나 지금은 많은 양이 우크라이나 등에서 온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 생산이 줄어들면서 미국산 대두 수요가 감소했고, 일대일로(육상해상실크로드) 프로젝트로 운송이 편리해져 지난 2년간 카자흐스탄에서 밀 7만5000t과 식용유 2만5000t을 수입했는데 모두 중국-유럽 화물 철도로 수송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